
히틀러에 저항한 사람들/쓰시마 다쓰오/이문수 옮김/바오출판사/1만6000원
책의 원서 제목은 ‘히틀러에 저항한 사람들’이며, 부제는 ‘반나치 ‘시민의 용기’란 무엇인가’이다. ‘시민의 용기’라는 말은 독일어 ‘Zivilcourage(civil courage)’에서 나온 말로, “자신에게 위험이 닥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덕적 이유에서 행동하는 용기”를 말한다.
저자는 책 속에서 불의가 횡행하는 히틀러 치하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실존적 고민 끝에 양심에 따라 저항의 길을 선택한 시민들의 용기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반나치 시민들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유대인 구원에서부터 나치 체제 타도까지 각자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다양하게 활동했다. 인간으로서 진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어려웠던 비정상적인 시대에 진정한 인간의 길을 보여줬다. 감시와 탄압, 밀고가 일상화된 나치 독일에서 국가의 지시나 강요에 순종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굳건한 신념으로 저항운동을 펼쳤던 반나치 시민들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나치 독일’은 나치당과 히틀러 치하에 있던 1933년부터 1945년까지의 독일을 일컫는다. 2차 대전이나 나치 독일, 히틀러, 홀로코스트 같은 주제를 다룬 책과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보면 저항운동과 관련된 내용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커다란 주제에 가려지거나 부분적인 내용만 다루고 있어 그 맥락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또 ‘백장미 그룹’의 저항활동이나 히틀러 암살을 기도했던 ‘7월 20일 사건’처럼 널리 알려져 있는 사건만을 다루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나치 독일에서 일어났던 저항운동의 전체 모습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저자는 나치 독일 12년간 일어났던 저항운동의 주요 사건과 관련자, 그리고 유족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히틀러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나치 독일에서 저항활동에 나서는 것은 고독한 현실에 투신하는 것일 뿐 아니라 때로는 목숨을 거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인종·장애인 차별과 전쟁, 홀로코스트를 지켜보며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저항에 나선 용기 있는 시민들이 있었다. 이들은 전후에 ‘반역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자신들이 했던 행동에 침묵을 지켰다. 구한 사람보다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그들을 ‘침묵하는 영웅’들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나치당과 히틀러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는 종국적으로 전쟁과 홀로코스트로 귀결됐다. 특정 인종과 체제 반대자를 향한 밀고와 감시, 테러가 일상화된 사회 속에서 독일 국민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이 거대한 착각은 나치 정권의 프로파간다와 강압 때문이 아니라 국민들의 자발적인 동의와 지지에 따른 결과였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자신들의 지도자를 찬양하고 체제를 옹호하였다. 그들은 나치 독일의 피해자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가해자이기도 했던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