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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임선혜가 찾고 있는 사랑은 누구… 뮤지컬 앨범 ‘더 맨 아이 러브’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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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17 12:59:49 수정 : 2022-06-17 12: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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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니버설뮤직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복합문화공간 오드포트.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오전에 듣기 어려운 소프라노 목소리가 따스하면서도 맑게 공연장을 꽉 채웠다. 목소리 주인은 23살 때 벨기에 출신 고(古·옛)음악의 거장 필립 헤레베헤에게 발탁된 뒤 독일을 중심으로 국제 무대에서 ‘고음악계 디바’로 불려온 임선혜다. 최근 독일에서 귀국한 그는 시차적응이 덜 돼 3시간밖에 못자고 나왔다면서도 긴장감을 즐기며 노래 3곡을 잇따라 불렀다. 주 종목이 아닌 뮤지컬 앨범이자 국내에서 처음 제작한 독집 앨범 ‘더 맨 아이 러브(THE MAN I LOVE)’를 소개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필립 헤레베헤와 르네 야콥스 등 고음악 명장들과 손잡고 바로크시대 바흐나 모짜르트 음악 등을 즐겨 부르던 소프라노가 뮤지컬 앨범을 내다니. 갸우뚱하던 고개는 “사실 뮤지컬 할 뻔한 계기가 대학시절 있었다”며 시작한 임선혜 얘기에 끄덕여졌다. 

 

서울대 음대 성악과 학생이던 때 레너드 번스타인의 인기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공연에 배우가 부족해 같은 과 학생들이 합창을 맡았다고 한다. “일종의 아르바이트였는데, 그분(당시 뮤지컬 제작자)들이 ‘뮤지컬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어요.” 하지만 그 시절엔 성악가들이 뮤지컬에 뛰어든 선례도 없고 지도 교수도 만류해 마음접고 독일로 유학갔다. 이후 2000년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무대에서 공식 데뷔하고 2001∼2003년 하노버국립극장 단원으로 활동한 뒤 고음악 전문 프리랜서 성악가로 세계 각지에서 활동했다. 이 기간 30여종이 넘는 음반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러다 2015년 뮤지컬 ‘팬텀’ 한국 초연을 앞두고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으로 오페라 가수를 원한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에게서 출연 제안을 받았다. “생각지 못한 제안이었어요. 사실 현실성이 없어 보였죠. 그런데 미국 뉴욕에 갈 일이 있었고, 요한슨이 ‘설득할 수 있게 두 시간만 달라’고 해 만났더니 흥미로웠어요. (그때 제가) 30대 후반이었는데 여자 가수가 뮤지컬 여주인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일생에 또 있을까 생각했죠. 그래서 ‘이 뮤지컬을 한 후에도 클래식 가수 인생에 변화가 없도록 보장해주면 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참여하게 됐어요.” 그렇게 2015년 3월 초연한 ‘팬텀’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고, 지난해에만 34차례 ‘팬텀’ 무대에 섰다. 

 

그는 성악을 시작할 당시 창과 트로트 등 모든 방면의 노래를 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성악하면서부터 평생 이 길(클래식)로만 가야 한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아요. 그래서 고음악을 하는 등 제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어요. 고음악 분야서 이름 알리게 되니 번외의 피크닉(소풍)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유니버설뮤직

임선혜가 뮤지컬 쪽에 소풍가면서 정성스레 준비한 이번 앨범에는 ‘팬텀’의 넘버 ‘홈(Home)’을 비롯해 클래식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과 조지 거슈윈이 남긴 뮤지컬 작품을 중심으로 총 9곡이 담겼다. “뮤지컬 앨범을 만든다고 했을 때 클래식 음악가로서 번스타인과 거슈윈의 음악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은 오페라와 뮤지컬 분야에서 모두 걸작을 남겼고, 음악적으로 뛰어나면서도 클래식과 대중적인 뮤지컬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 것 같아서요.”

 

그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봤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투나잇(Tonight)’과 뮤지컬 ‘원더풀 타운’의 ‘어 리틀 비트 인 러브(A Little Bit in Love)’도 앨범에 포함됐다. “뉴욕에 투어 공연을 하러 갔을 때 ‘원더풀 타운’을 봤는데, 너무 매료됐어요. 특히 이 곡을 부르는 장면을 보고 저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죠.”

 

앨범 제목인 ‘더 맨 아이 러브’는 뮤지컬 ‘스트라이크 업 더 밴드’의 넘버다. 임선혜는 당초 ‘어 리틀 비트 인 러브’와 함께 앨범 제목을 두고 고민했단다. “‘더 맨 알 러브’ 끝에 가사가 ‘I'm waiting for the man I love’인데, 내가 사랑할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저랑 비슷하더라고요. 저도 제가 좋아야 움직이는 사람이에요. 가사처럼 (사랑을) 찾고 있고, 좋아하는 곡이기도 해요.”

 

그는 성악가가 뮤지컬 음악을 부를 때의 고충도 털어놨다. “(뮤지컬 노래를 하다) 창법이 변하지 않도록 저는 어차피 제 방식대로 부를 수밖에 없어 낮은 키(저음)를 부르는 게 어려워요. 그래서 키를 올려(한두 음 높여) 불러야 하는데 그러면 드라마틱해지고 감정이 격해지거나 날카로운 소프라노 소리가 서정적인 곡 분위기를 해할 수도 있어 걱정됩니다. 키를 올려 부르면서도 곡의 성격이 변하지 않게 하는 게 과제였죠.”

사진=유니버설뮤직

앨범엔 BBC 카디프 콩쿠르 아리아 부문 우승자인 바리톤 김기훈을 비롯해 첼리스트 문태국, 피아니스트 문재원과 세바스티안 비난트, 플루티스트 조성현,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등 쟁쟁하고 젊은 클래식 연주자가 함께 했다. “다들 흔쾌히 응해줬어요. 함께 해준 젊은 기라성 같은 연주자들에게 제가 노래를 오래오래 잘하도록 관리해서 그들에게 꼭 도움 주겠다고 약속했죠.”(웃음)

 

성악과 달리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노래하고 듣는 뮤지컬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지만 해보고 싶은 역이 있다면 기꺼이 해보겠다는 임선혜. 고음악 전문이면서도 일반 오페라와 오라토리오, 가곡, 드라마·뮤지컬 음악까지 광폭 횡보가 거침없는 그가 정작 이번 앨범은 아직 들어볼 엄두도 안 난다고 했다. “앨범을 받았는데 무서워서 못 듣고 있어요. 많은 분이 들으셨을 때 ‘(임선혜가 이것을) 왜 했지’라고 하기 보다 ‘되게 좋다’, ‘(뮤지컬 음악도) 잘 한다’라는 열린 마음으로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가 용기 있게 시디(앨범) 플레이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웃음)

 

임선혜는 다음달까지 평창 대관령 음악 축제 등 국내 공연 일정을 소화한 뒤 독일로 가 본업에 열중할 계획이다. 바흐의 ‘결혼 칸타타’ 등 바로크 칸타타 음반 녹음을 하고 이후 미국 뉴욕링컨센터에서 모짜르트 음악, 연말 일본에서 헨델 오페라를 각각 공연한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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