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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제·아원고택… ‘BTS 성지’ 따라가는 완주 여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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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05 08:00:00 수정 : 2022-06-04 11: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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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제·아원고택·위봉산성·용암상회 스탬프 찍으면 ‘BTS 힐링성지’ 완주/오성제 소양문화생태숲·오성한글다리 걸으며 힐링

 

완주 소양 오성제 'BTS 소나무'

종남산과 서방산이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게 둘러싼 저수지. 물빛은 하늘색을 그대로 담는다고 했던가. 날이 좋아 산자락과 뭉게구름이 데칼코마니처럼 투영된 물빛은 하늘빛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리고 제방에 외롭게 선 소나무 한 그루 옆에 멋지게 차려입고 포즈를 취한 풋풋한 일곱 청년. 영상을 찍는 그들은 1년여 뒤 빌보드차트 1위를 점령하며 세계를 호령하는 그룹이 될 줄 알았을까. ‘방탄소년단(BTS) 성지’ 완주 오성제 저수지 산책로에 들어서자 ‘버터’(Butter)와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가 귓가에 마구 울려 퍼진다.

 

소양 오성제 BTS 힐링 성지 표지판

◆오성제 ‘BTS 소나무’를 아십니까

 

예전에 전북 완주하면 불타는 단풍이 아름다운 대둔산이 대표 여행지로 꼽혔지만 ‘BTS 성지 순례길’로 바뀐 지 오래다. BTS 멤버들이 완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2019년 ‘썸머 패키지’ 덕분. 영상이 공개된 뒤 BTS 팬클럽 ‘아미’는 물론, 젊은이들이 대거 완주 여행에 나서면서 특별할 것 없던 나무 한 그루, 작은 실개천 돌다리, 부서진 산성의 아치문 등 영상에 등장하는 장소들이 인생 샷을 찍는 포토 명소가 돼 버렸다. ‘완주=BTS’라는 공식이 탄생하자 완주군도 그들이 다녀간 곳마다 QR코드로 방문 인증 스탬프를 찍는 ‘BTS 힐링성지’ 표지판을 세웠다.

 

오성 소양제 'BTS 소나무'

전북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소양 오성제 산책로 입구에도 BTS 멤버들의 영상촬영 당시 복장을 그대로 담은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예쁜 소나무 한 그루 옆에는 스무 살을 갓 넘겨 보이는 여자 둘이 인증샷을 남기느라 바쁜데 바로 ‘BTS 소나무’다. 팬들에게는 BTS 덕분에 힐링되는 성지이지만 사실 저수지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만으로 충분히 힐링되고도 남는다. 이곳에서 2011년 드라마 ‘발효가족’을 촬영했는데 소나무는 당시 드라마 촬영을 위해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다란 제방만 있었다면 무척 심심했을 텐데 작지만 운치 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풍경을 잘 살렸다. 아침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저녁에 저수지를 가득 채우는 노을도 환상적인 곳.

 

오성제 오성옛길 산책로
오성한글다리

대부분 소나무에서 인증샷 하나 남기고 떠나는데 저수지를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으니 천천 걸으며 힐링하시길. 오성제 주변은 소양문화생태숲으로 제방을 건너 오른쪽 오성옛길을 따라 걷거나 직진해 생태탐방로로 들어서면 리기다소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가 힐링을 선사하는 울창한 숲길이 이어진다. 산책로는 1km 길이로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충분하다. 길은 한옥문화센터와 오성다원으로 연결되며 이곳에서 ‘오성한글다리’를 만난다.

 

오성한글다리

다리 난간을 한글의 조형미를 살린 자음과 모음으로 꾸민 모습이 아주 이색적. 포천석, 고흥석, 황등석, 장흥홍석, 마천석 등 국내 5개 특산석으로 만들었는데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자음과 모음을 찾아 조합하면 ‘오성한옥마을’ ‘완주사랑’ 등의 문장이 등장하니 문제 푸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을 이름이 ‘오성(五聖)’인데 이유가 있다. 글자 그대로 이곳 풍수가 좋아 다섯 명의 성인이 태어날 좋은 땅’이라는 뜻이 담겼다. 그중 한 명은 이미 태어났으니 바로 BTS로 이곳에서 영상이 탄생한 덕분이란다. 꿈보다 해몽이 좋지만 어떠랴. K팝을 전세계 알린 대단한 업적을 쌓고 있으니 ‘K팝의 성인’ 맞다.

 

오성제
오스갤러리

◆오스갤러리 갈까 아원고택 갈까

 

다리에서 푸른 하늘을 천천히 즐기는데 커다란 재두루미 한 마리 훨훨 날아들더니 멋지게 물가에 착륙한다. 사람들이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 버리는 새인데 참 신기한 풍경이다. 그만큼 생태환경이 뛰어난 곳인가 보다. 다리를 건너 다시 오성제 쪽으로 길을 잡아 걷다보면 중간쯤 왼쪽 붉은색 벽돌과 잔디정원, 운치 있는 소나무가 어우러지는 근사한 건물을 만나는데 오스갤러리다. 왼쪽 벽돌 건물이 카페, 오른쪽 회색빛 건물이 갤러리로 작품도 감상하고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오스갤러리
오스갤러리

1층 로비가 포토존. 나무 소파 뒤가 커다란 통창으로 꾸며져 쏟아져 들어오는 자연 풍경과 사람도 그대로 작품이 된다. 갤러리에서는 서양화가 김영대 작가 초대전 ‘어머니의 보자기’가 8월 말까지 열리는 중. 무엇보다 2층에 오르면 오성제와 종남산 자락이 한눈에 펼쳐진 풍경이 압권이다. 커피값이 다소 비싸지만 멋진 뷰를 선사하는 자리 값이니 어쩔 수 없다.

 

아원고택
아원고택
아원고택

오스갤러리에서 차로 2분,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아원고택은 완주 여행의 백미로 꼽히는 최고의 핫플레이스. BTS가 5일 동안 머문 썸머 패키지의 주무대로 최근 탤런트 이나영이 등장한 CF로 더 유명해졌다. 1층은 아원갤러리. 바닥에 물을 담는 직사각형 공간을 만들고 바로 위는 유리 천장으로 꾸며 푸른 하늘과 햇살이 그대로 물에 담기는 풍경이 예술이다. 2층으로 올라서면 고즈넉한 고택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위봉산성
용암상회
용암상회 돌다리

입구 왼쪽 만휴당을 돌아가면 종남산을 배경으로 멋진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역시 물을 담아 놓아 산과 사람, 하늘과 고택이 함께 담기는 풍경은 화보가 따로 없다. 풍경에 너무 취해 넋을 잃고 물에 빠질 수 있으니 조심하도록. 만휴당 너른 마루에는 많은 여행자들이 앉아 커피를 즐긴다. 여기서 보는 맞은편 사랑채와 안채가 정겹다. 툇마루에 대충 벗어놓은 하얀고무신, 서까래에 매달려 바람에 이러저리 날리는 하얀 무명천, 그 앞을 꾸민 아기자기한 정원과 멋지게 휘어지며 자란 소나무까지. 툇마루에 누가 앉아도 BTS나 이나영 뺨치는 화보 속 풍경의 주인공이 된다.

 

높이 3m, 폭 3m의 아치형 석문만 남은 위봉산성, 고산 창포마을 용암상회와 뒤쪽 실개천에 놓인 BTS 돌다리, 구이 경각산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까지 돌며 스탬프를 찍으면 성지 순례를 완성한다. 


완주=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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