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로 끈적해진 췌장액, 췌관 막아 췌장세포 손상
초기 증상 등 없는 경우 많아…금주․정기검진 필수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밤늦게까지 무리를 지어 술을 마시는 이른바 ‘보복음주’가 크게 늘고 있다.
과도한 음주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특히 만성 췌장염을 앓고 있는 환자는 이 질환이 췌장암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만성 췌장염은 다양한 원인으로 췌장 조직이 많이 손상돼 생기는 염증성 질환이다. 이 질환은 술을 장기간에 걸쳐 많이 마신 사람에게 주로 생긴다.
술을 마시면 대사과정에서 생기는 독성물질이 췌장을 손상시키고 염증을 일으켜 췌장염이 유발될 수 있다. 알코올로 인해 끈적해진 췌장액이 췌관을 막아 췌장 세포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석도 만성 췌장염을 부르는 한 원인으로 꼽힌다. 담석이 담관을 따라 췌장에 이르러 담관과 췌관을 막으면 담즙과 췌장액이 역류해 췌장염이 발생한다. 혈중 칼슘 농도가 상승하는 고칼슘혈증이나 드물지만 내 몸을 지켜야 할 면역체계가 오히려 췌장을 공격해 췌장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성 췌장염’도 만성 췌장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만성 췌장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복부 왼쪽 윗부분과 등의 통증이다. 병이 진행되면 복통, 체중감소, 소화불량, 당뇨가 생길 수 있고 황달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반복적인 염증으로 생긴 만성 췌장염은 심한 통증이 있는 급성 췌장염과 달리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양기영 한국원자력의학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췌장은 80% 정도가 파괴돼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이미 상당히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만성 췌장염은 혈액검사를 통해 췌장에서 분비되는 효소 수치를 측정하고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통해 진단한다.
혈액 검사 결과 만성 췌장염이 심하게 진행된 경우, 남아있는 췌장 세포가 거의 없어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와 지방 분해효소인 리파아제가 정상치보다 낮게 나타난다. 자기공명담췌관조영술, 내시경 초음파 검사를 추가로 병행해 확진할 수 있다.
만성 췌장염 치료는 소화효소제제나 진통제로 통증을 줄이고 영양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췌관 협착이 있다면 특수 내시경 검사인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관 조영술로 췌관에 스텐트(그물망)를 삽입해 통증을 크게 줄여준다.
치료가 듣지 않으면 췌장 절제술이나 배액술 등을 시도할 수 있다. 췌관에 담석이 있으면 내시경을 이용한 레이저나 체외충격파쇄석술로 담석을 분쇄 후 제거한다. 이런 시술에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로 췌장을 제거하기도 한다.
만성 췌장염은 평소 관리하지 않으면 췌장암으로 악화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합병증이 야기될 수 있다.
양 과장은 “만성 췌장염이 있는 경우 췌장암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10~15배 정도 높고 담관 협착, 십이지장 협착, 당뇨병 등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라며 “췌장암을 예방하고 합병증을 막기 위해 반드시 금주하고, 6개월이나 1년 간격으로 정기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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