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는 한편 남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의 공모도 인정해, 향후 재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는 23일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정 교수가 받는 혐의는 크게 입시비리, 사모펀드, 증거인멸로 나뉘는데 재판부는 입시비리와 증거인멸 관련 혐의에서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딸 조민씨의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아쿠아펠리스 호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의 인턴 확인서를 모두 허위라고 봤다.
이 가운데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아쿠아펠리스 호텔 인턴십 확인서 발급 과정에서는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이 공모했다고 판단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정 교수는 조 전 장관과 2009년 8월1일자 및 10월1일자 실습수료증과 인턴십 확인서를 작성하기로 공모했고, 조 전 장관이 위 서류들을 작성하는 데 가담했다
재판부는 "딸 조씨가 호텔에서 인턴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조씨가 허위 경력이 기재된 10월1일자 실습수료증 및 인턴십 확인서를 서울대 의전원에 제출하는 데에 가담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발급 경위에 대해서도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은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와 스펙 품앗이를 약속했다"며 "장 교수가 조씨를 단국대 논문 제1저자로 등재해 주는 대신 조 전 장관은 장 교수 아들에게 공익인권법센터의 인턴십 확인서를 주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딸이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 활동을 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인턴 활동을 했다는 허위내용이 기재된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받기로 조 전 장관과 공모하고, 이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특히 "조 전 장관은 공익인권법센터장의 직인을 보관하던 김모씨의 도움으로 인턴십 확인서를 한인섭 센터장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작성함으로써 이를 위조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 자택과 사무실에 보관 중이던 자료에 대한 '은닉교사' 혐의에도 조 전 장관이 관여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자신과 조 전 장관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할 의도로 자산관리인 김경록씨에게 저장매체와 교수연구실 PC를 건네준 사실,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향후 자신들에 대해 진행될 수사를 대비해 자택 PC의 저장매체와 동양대 교수연구실 PC를 은닉하기로 공모했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의 피고인은 정 교수 한 명이지만,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받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상 판단을 내렸다. 조 전 장관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혐의에 대해 '공모 판단'을 내리면서, 조 전 장관의 재판에도 일정 부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 전 장관은 같은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유재수 감찰무마' 혐의 심리가 끝나고 입시비리 혐의 심리가 진행 중이다. 조 전 장관은 정 교수와 비슷하게 업무방해, 위조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증거위조교사, 증거은닉교사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입시비리 혐의와 관련해서는 두 사람이 공범으로 적시돼 있어 이번 판결이 조 전 장관 재판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은 유죄 입증에 이번 판결을 활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조 전 장관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만큼 재판 과정과 양측 공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판부가 공범 성립여부를 일부 판단했지만, 제한적·잠정적 판단일 수 있단 관측도 있다.
조 전 장관은 판결 직후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이런 시련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됐나보다. 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모양"이라면서 "즉각 항소해서 다투겠다"고 적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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