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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기획] 투표 불참을 이유로 '벌금 고지서'가 날아온다면?

입력 : 2017-05-01 08:00:00 수정 : 2017-04-29 16: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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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주간 유럽 여행을 다녀온 이모(35)씨는 아파트 우편함에 꽂힌 ‘투표 불참’ 벌금 고지서를 발견했다.

여행 기간에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끼어 불가피하게 투표에 불참했는데, 국민의 ‘의무’를 저버렸으니 벌금을 내야 한다는 게 고지서 내용이었다. 사전투표도 할 수 없었던 최씨는 억울했지만 벌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가 의무 투표제 시행 국가라면 내달 9일 열릴 대선이 끝난 후, 전국 곳곳에서 이 같은 풍경을 쉽게 볼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달 29일부터 사실상 시작된 연휴로 인천공항 등 해외로 빠져나가는 인파가 여러 기사에 등장하면서 낮은 투표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행객을 위한 사전투표소가 공항과 기차역에도 설치될 예정이지만, 단 이틀(5월4일~5일)에 불과해 투표율 높이기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거라는 반응도 있다.

선거철만 되면 낮은 투표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국민의 소중한 권리인 투표를 독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지만 △ 나 하나 안 하면 어떠냐는 생각 △ 1표를 행사하더라도 나라의 미래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 등이 있는 한 100%에 가까운 투표율을 볼 일은 앞으로도 없을 듯하다.

제18대 대선 당시 전국 투표율은 75.8%였다. 유권자 4050만여명 중 약 3073만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제17대 대선 투표율은 63.0%였으며 16대 대선에서는 전국 투표율이 70.8%를 기록했다. 10명 중 많아야 8명이 투표에 참여하고 나머지 2명은 1표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한 의무 투표제는 말 그대로 투표를 의무로 규정, 이를 어길 시 제재하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자율 투표제지만 벨기에, 브라질,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이집트 그리고 호주 등 전 세계 26개국이 의무 투표제를 시행 중이다.

호주는 연방선거 참여를 납세나 교육의 의무처럼 국민의 의무로 간주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에 불참할 경우 20 호주달러(약 1만7000원)의 벌금을 물린다. 호주 정부는 1924년에 처음 의무 투표제를 실시했다.

의무 투표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투표 불참자에게 소명 요구, 주의, 공표, 벌금, 참정권 제한, 공직취업 제한 등 다양한 제재를 가한다. 기권 의사가 있더라도 투표소에는 가야 하며, 투표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반드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알리도록 규정한다.

의무 투표제를 찬성하는 이들은 정치 참여의 이점을 알게 해 주고, 의회는 유권자의 뜻을 더 정확히 반영한다고 입을 모은다. 후보자들도 투표 참여 독려보다 선거 의제에 힘을 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투표를 하지 않는 것도 자기 의견을 밝히는 것이므로 이를 원천봉쇄하는 정책을 민주국가에서 시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제대로 된 정보 없이 투표소에 가서 무조건 표를 던지게 하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게 이유다.

의무 투표제 찬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참여율 자체만 놓고 본다면, 호주는 지난 2013년 연방선거 투표율이 93.2%를 기록하는 등 효과는 어느 정도 보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한 길가에 걸린 대선 관련 걸개.


우리나라도 의무 투표제를 시행할 수 있을까?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표율이 낮은 계층의 참여를 유도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의무 투표제의 긍정적 효과를 예상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 불참자를 일일이 찾아내서 어떻게 벌할 것인지도 문제”라며 “그런 방법이 과연 얼마나 현실성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서 교수는 “투표 기권도 정치 의사로 간주하는 시대에 유권자의 불참과 기권 자체를 막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차라리 법제화보다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 등에 무게를 싣는 게 더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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