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공부를 하던 시절 어느 현자(賢者)가 내 손을 잡아주면서 “보이지 않는 세계가 더 크네”라고 했던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가난이 싫어 열심히 공부했고, 고시 합격을 통해 잘되고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번번이 떨어지는 이유를 알지 못해 절대자에게 빌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집착이 엷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공부에 몰입이 가능해졌다.
고성춘 조세전문 변호사 |
그래서 부모가 자식에게 돈을 아무리 많이 물려줘도 자식에게 이러한 절실함이 없으면 다 말아먹는다고 한다. 오목렌즈로 빛을 모아 종이를 태우려고 할 때 초점을 맞추지 못하면 태우지 못한다. 초점을 모으는 게 간절함이요, 절실함이다. 자식이 간절함이 부족하면 부모는 초점을 모으지 못하는 자식에게 렌즈만 주는 격이다. 돈을 풍요롭게 쓸 줄만 아는 자식은 초점만 흐릴 뿐이다. 초점을 강하게 모으는 능력을 키워주는 부모가 지혜롭다고 한다.
내가 아는 어느 회장은 70세가 넘을 때까지 하루도 집에서 쉬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저 같으면 모은 돈을 쓰면서 살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일을 하지 않으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못 받아”라고 대답했다. 그는 1억, 2억원을 돈으로 보지 않을 정도로 한때는 많이 벌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 돈을 더 많이 벌고자 사업을 확장하다가 다 말아먹어 버렸다. 지금은 신용불량자에다 고액 체납자다. 그러나 그는 호주머니에는 아직도 수백만원씩 가지고 다닌다. 강남의 100평 넘는 아파트는 이미 가짜 채권자를 만들어 저당권을 설정해놨고, 자식 명의로 재산도 미리 나눠줬다. 그런데 과연 부모 재산만을 믿고 사는 그의 자식이 물려받은 돈을 잘 지킬지 의문이다.
고성춘 조세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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