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린턴 장관은 30일부터 사흘 동안 미얀마의 네피도와 양곤을 방문,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민주 인사인 아웅산 수치 여사 등을 만날 예정이다.
국무부는 “이번 방문은 미 국무장관이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버마를 찾는 역사적 방문으로 클린턴 장관은 원칙 있는 개입 정책과 직접 대화와 관련된 미국의 의지를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7일 미얀마 정부가 최근 단행한 수치 여사의 가택 연금 해제와 정치범 석방, 언론 규제 완화 조치 등을 긍정 평가하면서 클린턴 장관을 미얀마에 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클린턴 장관의 미얀마 방문은 다목적 카드용이다.
무엇보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미국의 ‘태평양 국가’ 행보와 맞닿아 있다. 미국은 1988년 미얀마의 군사 쿠데타 이후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이후 미얀마 군사정권은 국제사회의 고립을 피하기 위해 친중국 정책을 유지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중국이 1990년대 초반부터 미얀마에 2억∼3억달러 규모의 군사원조를 제공했으며 이를 통해 미얀마는 정규군을 18만명에서 45만명으로 증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미얀마 경제원조 규모도 연 2억달러에 이른다. 미국은 중국의 과도한 영향력에 제동을 거는 차원에서 미얀마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미얀마 입장에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의 대미얀마 제재 조치 상당수가 미국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각종 제재 조치의 굴레를 벗어보려 하고 있다.
클린턴 장관의 미얀마 방문은 북한 핵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2007년 외교관계를 정상화한 미얀마의 핵 개발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이번 미얀마 방문 기간 북한·미얀마 핵 커넥션 의혹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2009년 미 해군이 추적했던 북한 선박 강남호의 최종 목적지가 미얀마로 확인되면서 북한과 미얀마의 무기 커넥션이 전면에 부상했다.
미 상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인 리처드 루거 의원은 2009년 6월 ‘북한 청문회’에서 미얀마행 북한 비행기와 선박의 정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증인으로 참석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러시아는 버마(미얀마의 옛이름)의 핵 원자로 건설을 도왔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북한이 버마의 핵개발을 지원하고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클린턴 장관의 미얀마 방문은 아웅산 수치 여사를 비롯한 미얀마 내의 민주화 세력을 지원하는 행보로 활용될 것이 분명하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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