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부는 김춘수 미당 등을 다룬 ‘시론과 시인론’으로 이어진다. 특히 미당의 삶과 시를 꼼꼼히 분석하면서 비판받는 그의 ‘정치적 행적’에도 독자적인 평가를 내린다. 유종호씨는 “정치적으로 천진한 어린아이 수준이었다는 미당변호론이 있는데 그것은 별 설득력이 없다”면서 “비판받는 그의 행적은 긴 앞날을 내다볼 여유가 없이 항시 ‘취직 자리’에 눈이 멀고 마는 무항산(無恒産) 무항심(無恒心)의 궤적이었다”고 본다. 그는 이어진 ‘친일시에 대한 소견’에서는 “저급 선전물을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지칭하는 것 자체가 비문학적 행동이며 따라서 친일문학 대신 친일문서로 호칭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라면서 “흠집 없는 영혼에서 나온 문학만을 허용하고 수용한다면 세계의 문학은 대책 없이 황폐화되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평가와 지적 유행’이라는 글에서는 특정 시인이 과대평가되거나 과소평가되는 메커니즘을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평단에서 대대적으로 추모하고 거론해온 요절시인 기형도를 이른바 ‘컬트(cult)현상’의 수혜자로 평가한다. “기형도의 직설적이고 파격적인 작품이 같은 세대에게 자기 발견의 충격을 안겨주고 있는 시기에 들려온 갑작스러운 최후는 그에 대한 추모의 정을 더욱 간곡하게 하였고 그것은 비록 대규모의 것은 아니나 컬트현상으로 귀결되었다고 생각한다.”(297쪽) 그는 더 나아가 “산문가 이상에 대해서는 찬사를 아끼고 싶지 않지만 시인 이상에 대해서는 유보감을 가지고 있다”며 “몇몇 읽을 만한 작품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수다한 시작품이 사실 잡문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라고 과감하게 밝혔다. 그는 말미에 “시인 평가는 문자 그대로 작품 더하기 인물 평가되기가 첩경”이라면서 “일단 평가받으면 과대평가되기 쉽고 그 반대인 경우도 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정 파벌이나 이데올로기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꼼꼼한 읽기로 엄정한 평가를 해온 대표적인 평론가로 성가가 높은 유종호씨는 이번 평론집의 서문에 “날은 저물고 길은 어두운데 외진 구석에서 헤매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준비하고 있는 ‘한국근대시사’를 끝내면 초롱불이라도 켜들고 보다 넓은 들판으로 나가고 싶다”고 적었다.
조용호 선임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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