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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눈먼 돈’으로 전락한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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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1-02 20:24:35 수정 : 2009-11-02 20: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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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간 사회·문화예술 분야 민간단체에 지급된 국고보조금 500억여원이 부당 집행됐다고 한다. 국민 혈세가 ‘눈먼 돈’으로 전락한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환경부로부터 연간 8000만원 이상을 받은 543개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4월부터 실시된 감사원 감사의 중간 결산이 이렇다. 횡령 혐의가 짙은 16개 민간단체 소속 21명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못된 버릇은 차제에 뿌리뽑아야 한다.

이번 감사 대상 보조금은 4637억원 규모다. 이 중 10%를 웃도는 집행 내역에서 목적 외 전용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 21명의 혐의는 한술 더 뜬다. 유·무죄는 사법 절차를 거쳐 가려질 일이지만 혐의만 놓고 보면 반사회적 범죄 수준인 것이다. 어떤 간부는 계좌이체증을 위조해, 또 어떤 이는 타인의 인터넷 뱅킹 공인인증서를 빌려 각 2억원대 보조금을 빼돌렸다. 영수증 중복 제출로 5억여원을 착복한 간 큰 간부도 있다.

해마다 풀리는 보조금은 이번 감사 대상 총액보다 훨씬 많다. 지난해만 근 30조원이 풀렸다. 1년 국가예산의 11%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부도덕한 손에 의해 도둑맞는 보조금이 그 얼마나 많을지 추정하기도 겁날 판국이다. 허위서류 제출, 부실 심사, 사후 관리 미흡 등은 아예 보조금 제도의 고질적 병폐로 꼽힌다.

지급 대상, 금액을 결정하는 국가 시스템도 정상 작동된다고 믿기 힘들다. 일부 권력지향 단체들이 시류 따라 좌로 혹은 우로 줄을 서 ‘보조금 확보 전선’에서 득세하는 현상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제도적 부조리를 잡자는 목적으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됐지만 상임위에서 잠만 자고 있다.

보조금이 눈먼 돈 신세를 면하도록 신경을 모을 때가 됐다. 간판만 ‘비영리 민간단체’인 파렴치 세력의 사금고로 혈세가 악용돼서야 되겠는가. 사회·문화권력의 돈방석 역할에 머물도록 방치해서도 안 된다. 철저한 감시감독과 더불어 법제적 기반 보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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