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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천재 시인 '이상'의 머리 속을 표현하다

입력 : 2009-04-02 14:12:46 수정 : 2009-04-02 14: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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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

"이번 공연의 포커스는 이상을 역사적인 인물로 표현하기보다는 이상의 머리 속에 있는 것을 표현해야하기 때문에 아티스트로서 이상의 머리 속을 보는 것입니다"

미국 실험극의 거장으로 불리우는 연출가 리 블루어(Lee Breuer)가 한국계 미국인 작가 노성의 작품 '이상, 열셋까지 세다'를 무대에 올리면서 작품에 대해 단적으로 설명했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언급하는 '날개', 무서움을 연창하는 '오감도' 시제 1호 '열세명의 아해'와 기타 시들을 차용한 이 작품은 이상의 시 세계처럼 난해함과 모호함, 비논리적 전개와 연극적 문법의 파괴로 어지럽게 무대를 흩뜨려 놓는다. 관객들은 논리적으로 저항을 하려하지만 이내 무력화되고, 작가는 도리어 인간 내면의 슬픔과 고독, 기쁨과 좌절을 그려낸다.

리 블루어는 1일 서울 명동 삼일로창고극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차용된 시를 쓴 이상에 대해 "뉴욕에서 노성씨와 함게 작업하면서 작품을 접할 당시 당시 이상이라는 사람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인간의 스타일이 나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이상은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시인 랭보나 카프카를 연상시켰고, 그룹 너바나의 커크 코베인이 떠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2000년 서울연극제에서 한국 배우들과 첫 선을 보였었다. 이에 리 블루어는 "지난 번 공연때에는 발전된 공연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많은 것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 지난 번 공연에는 번역에 문제가 있어서 너무 정제된 용어들을 사용했다. 이번에는 속어 (Slang) 등도 거침없이 사용할 예정"이라고 바뀌는 것에 대해 말했다.

또 공연을 올리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지난 해  '인형의 집' 공연 이후 한국 관객에 대한 인상이 바뀌었다"며 "9년 전 한국 관객은 비극적이고 콘셉이 강한 작품에 호응을 해줬는데 지난 해에 보니 희비극이 섞인 '인형의 집'에도 열광적 반응을 보였다. 이번 공연은 유머와 비극이 혼용된 블랙코미디 형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삼일로창고극장 정대경 대표가 리 블루어에게 제안했고, 이에 리 블루어는 삼일로창고극장을 직접 방문했던 그는 2층 주택 창고를 개조해 만든 70석 규모의 이 극장을 매우 마음에 들어 하면서 "나도 연극을 이렇게 시작했다. 이 작품을 이곳에서 만들어 해외까지 진출하자"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 연극의 중심지(대학로)에서 떨어진 곳에서 실험극을 주로 올렸던 이 극장이 동시대와 떨어져 있었던 '이상'이라는 캐릭터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조명 등 굉장히 좋은 시설을 갖췄고, 이는 이상의 머리 속을 표현하기에 어울린다"고 덧붙혔다.

이번 작품을 올리게 된 것에 대해 정대경 대표는 "열악한 삼일로창고극장이 이런 작품을 올리게 된 이유는 간단히 말하면 '절규'다"라며 "아직 삼일로창고극장이 이런 좋은 공연을 계속하고 있으며 유명 연출가 뿐만 아니라 젊은 연출가들이 실험적인 연출을 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 열셋까지 세다'는 이창수, 신동력, 임영준, 김소진 등이 출연하며 지안윅스 가갤러리가 제작한다.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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