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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정부를 돌려세운 ‘아미의 힘’ [이지영의 K컬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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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일 칠레 국립스포츠연구소가 BTS의 10월 산티아고 국립경기장 공연 3회를 불허했다. 360도 무대 설치로 인한 잔디 훼손 가능성과 향후 축구 경기 일정 차질을 이유로 들며 ‘기술적 결정’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3회 합산 약 15만장의 티켓이 이미 매진된 상태였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팔로어 13만명을 보유한 ARMY Chile는 소셜미디어로 행동을 조직했고, 7월5일 보라색 옷과 풍선을 든 수천 명이 대통령궁 라 모네다 인근까지 평화 행진을 벌였다. 시위는 전국 11개 도시로 번졌고, 야당 의원들은 정부를 비판했으며, 지방 도시들과 축구 구단까지 대안 경기장 유치에 나섰다. 결국 7월6일 기획사가 수정된 기술 제안서를 제출하자 정부는 승인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시위 시작으로부터 72시간 안에 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 사건에서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BTS의 인기가 아니다. 팬덤 아미가 보여준 조직력과 그것이 드러낸 문화적·정치적 함의다. 팬덤은 오랫동안 조롱의 대상이었다. 특히 K팝 팬덤은 ‘소녀들의 열광’으로 폄하되거나, 기껏해야 소비 주체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칠레의 아미들이 보여준 것은 달랐다. 명확한 목표, 단계별 전략, 비폭력 원칙, 국제 연대 그리고 실질적인 정치적 결과이다. 해시태그에서 거리로, 거리에서 의회로, 의회에서 정부의 입장 변화로 이어지는 전환을 이들은 사흘 안에 완성했다. 시위대 중 한 명은 EFE통신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 삶을 버티게 해준 아티스트를 만날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이들에게 음악은 삶의 자원이고, 콘서트는 그 자원에 접근할 권리다. 이런 사람들을 단순히 소비자 혹은 열광하는 소녀들로만 이해하는 것은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게 한다.

 

K팝 팬덤이 세계에서 가장 조직화된 시민 행동 집단 중 하나라는 것은 이미 여러 번 입증됐다. 2020년 미국에서 K팝 팬덤은 트럼프 집회 좌석을 집단 예약한 뒤 나타나지 않았고, 경찰 폭력 신고 애플리케이션(앱)을 해시태그 및 K팝 스타들의 사진으로 도배해 무력화했다. 2024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는 응원봉을 든 수많은 K팝 팬덤이 광장을 채웠고, 그는 탄핵되었다. K컬처의 영향력은 차트와 스트리밍 숫자로만 측정되지 않는다. 이제 그것은 거리로 나오고, 의회를 움직이고, 정부의 결정을 되돌린다. 팬덤이 자신의 또 다른 정체성인 시민으로서 움직일 때, 문화의 힘이 무엇인지를 우리는 알게 된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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