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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잘자요, 엄마’로 연극무대 돌아온 나문희

입력 : 2008-08-14 16:02:16 수정 : 2008-08-14 1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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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무대 통해 재충전 하고 싶었다”
◇연극 ‘잘 자요, 엄마’에서 엄마 델마로 출연하는 나문희는 “연기자로서 재훈련을 하고 싶고 관객과 호흡하고 싶은 마음에 연극 무대에 서게 됐다”면서 “이 작품이 연기자로서 내게 하나의 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연극열전
나문희(67)는 배역에 자신을 온전히 포갤 수 있는 배우다. 역할에 자신을 완전히 담가 본인의 모습을 지울 줄 안다. 진정성 묻어나는 그의 연기로 활자 안에 갇힌 캐릭터는 꿈틀대는 생명력을 얻는다. 관객은 그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잊은 채 그의 ‘연기’에 빠져든다.

나문희가 연극 ‘잘 자요, 엄마’(29일∼11월2일·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로 연극 무대에 선다. 1996년 이윤택 연출의 ‘어머니’에 출연한 이후 12년 만이다. ‘잘 자요, 엄마’는 간질과 이혼 등 삶의 고통에 짓눌려 온 딸이 자살을 결심한 뒤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다. 사랑하지만 소통하지 못하고, 그렇기에 서로 이해할 수 없었던 모녀의 마지막 2시간을 다룬다. 마샤 노먼의 작품으로 1982년 미국에서 초연돼 이듬해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했다. 배우 조재현이 프로그래머로 참여하고 있는 ‘연극열전2’ 중 하나.

엄마 델마 역을 맡은 나문희는 연습할 때마다 많이 울고 힘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딸이 죽는데 그것만큼 아프고 힘든 게 어디 있겠어요. 정상적이지 않은 딸이 그러니까 더 아프고…. 딸이 간질병 환자이기 때문에 쓰레기 취급을 받고 이혼당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참 기가 막히죠.”

그는 “실제로는 세 딸들과 많이 소통하는 편”이다. 그러면서도 “제시를 보니까 또 그게 다는 아닌 거 같다”며 “딸이 외로웠다는 것을 엄마는 딸이 죽으러 들어갈 때야 알게 된다”고 말했다.

“딸들에게는 연극 보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10년 전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보면서 딸들이 많이 울고 서러워했는데 이건 엄마와 딸의 이야기니까 더해요. 애들이 많이 울고 힘들 것 같고, 혹시 조금이라도 자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봐….”

드라마와 영화 출연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 연극을 택한 것은 살아 있는 무대를 통해 연기자로서 재충전할 시간을 갖고 싶어서였다.

“탤런트가 사치라도 부리듯이 연극을 하려는 마음은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나 자신이 벽에 부딪힌 것 같더라고. 탤런트 생활을 하다 보면 재훈련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하는데 기회가 적죠. 연극 연습에 들어가니 호흡이 깊어지고 발을 땅에 붙이는 훈련이 되는 것 같아요.”

그는 “처음에는 나이 때문에 힘에 부칠 것 같아 작품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면서 “조재현씨와 함께 200석짜리 소극장을 찾았을 때 불안했던 마음이 편해지고 관객과 호흡을 맞추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1961년 MBC 성우 공채 1기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성우를 시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TV가 개국했어요. 연기도 하고 싶어서 연극을 하게 됐죠. 성우로 있을 때 차범석 선생이 제작과장인가를 하셨는데 그분이 연기를 권해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서게 됐지요. 이순재 선생이나 강부자씨가 주요 역할을 했고, 나는 단역을 했어요.”

당시 그는 빼어난 미모도 아닌 데다 당시 여자 연기자로서 큰 체격 때문에 드라마 연기를 할 때 처녀 역보다는 나이 든 여성 역할을 많이 했다.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치는 동안 동료 연기자의 성공을 지켜 보며 초조함은 없었을까.

“속으로는 초조했을 거고 경쟁심도 많이 느꼈겠지. 그래도 겉으로는 그냥, 참는 것 같이 보였을 거고. 그렇죠, 뭐. 똑같은 사람인데….”

그럼에도 그가 지금까지 연기를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그는 “그냥 좋아서 하니까. 열심히 하니까…”란 짧은 답변을 내놓았다.

나문희란 이름 석 자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킨 건 1995년 방송된 KBS 일일드라마 ‘바람은 불어도’였다. 그는 이북 사투리를 쓰는 억척스런 할머니 역으로 KBS 연기대상을 받으며 무명 연기자에서 벗어났다. 54세에 전성기를 연 그는 드라마 ‘굿바이 솔로’, 영화 ‘너는 내 운명’ ‘화려한 휴가’의 슬픈 어머니,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과 드라마 ‘거침없이 하이킥’의 웃기는 어머니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많은 연기자가 연기 잘하는 배우로 꼽는 그다. 최불암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나문희씨는 작품과 캐릭터 분석력이 뛰어난 데다 캐릭터 소화가 매우 자연스러워 연기에서 진정성이 묻어난다”며 “그와 함께 연기해 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그지만 배역에 몰입이 안 될 때가 있다. “그럴 땐 그냥 훈련으로 때우는 거지. 계속 외워요. 무당이 염불하듯이 계속 반복하는 거예요.”

그는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46년을 연기했지만 아직도 미리 대본을 받아서 혼자 연습을 해야 마음이 놓인단다.

“내가 대본을 빨리 받아서 미리 연습하는 스타일이에요. 박자도 맞춰야 하고, 리듬도 타야 하니까. 이번 작품도 대본을 받아서 역할을 삭혀야 하는데, 3월까지 기다려도 예전 공연 대본만 있지 완성본이 나오지 않는 거에요. 그래서 조재현씨한테 빨리 대본을 달라고 했더니 ‘여름 공연인데 벌써 달라고 하냐’며 놀리더라고요.”

6월 말부터 한 달간 혹독한 연습을 한 뒤 특집극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지난주부터 다시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다.

“이제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어요. 디테일한 부분만 훈련하면 될 것 같아요. 이 연극은 연기자로서 내게 하나의 역사가 될 것 같아요.”

10년 전 이 작품으로 정경순과 호흡을 맞췄던 손숙이 델마 역에 더블캐스팅됐다. 황정민이 나문희와, 서주희가 손숙과 호흡을 맞춘다. (02)766-6007



이보연 기자

bya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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