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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BMW여 긴장하라” 현대車, 거침없는 도전장

입력 : 2007-12-28 14:27:59 수정 : 2007-12-28 14: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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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자동차 '명품시대'
고급세단 제네시스 앞세워 세계시장 공략
美·日 업계 “강력한 라이벌 떴다” 경계
프리미엄 브랜드의 신흥 주자 현대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현대차는 국내에서는 명실상부한 국민차로 뿌리내렸지만 해외에서는 브랜드 열세로 ‘싸구려 차’라는 불명예를 벗어던지지 못했었다. 하지만 현대차가 세계 무대를 겨냥해 야심차게 개발한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GENESIS)의 출시를 앞두고 해외 언론은 하나같이 기대와 찬사를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축포를 터뜨리기는 이르다. 현대차가 저가 대중차로 주저앉느냐 명품차의 반열에 올라서느냐는 최종적으로 고객들의 냉철한 심판에 달렸다.

◆정면승부도 두렵지 않다=현대차는 이달 초 경기도 화성 남양기술연구소로 내외신 기자, 애널리스트 등을 초청해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와 경쟁 차종 간 비교시승 행사를 열었다. 제네시스의 도전을 받은 자동차는 벤츠 E350과 BMW 530.

현대차는 지난해 11월에도 대형 럭셔리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베라크루즈를 출시하면서 품질력을 과시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기자 및 전문가들을 초대해 아우디 Q7, 렉서스 RX350 등과 비교시승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베라크루즈를 타고 캘리포니아의 꼬불꼬불한 길을 다녀본 참가자들 대부분은 왜 소비자들이 1만1000달러나 더 주고 RX350을 사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상대는 명품차의 대명사인 독일 브랜드였다. 렉서스와 혼다 등 일본차는 초대도 받지 못했다. 벤츠와 BMW야말로 현대차 기술의 ‘총아’인 제네시스의 벤치마킹 대상이자 경쟁 상대라는 의미이다.

‘현대차가 무리한 도전을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졌던 참석자들은 다양한 주행 시험로에서 3개 차량을 차례로 시승해 본 후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명품차로 전혀 손색이 없다”며 제네시스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현대차가 이처럼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은 이미 중형 세단 쏘나타에서 단단한 토대를 닦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01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EF 쏘나타와 도요타 캠리를 대상으로 이른바 블라인딩 테스트를 실시한 바 있다. 운전자가 어떤 차인지 모르도록 자동차의 창문을 제외한 전체를 갈색 천으로 덮은 채 주행 시험을 하는 ‘브라운 백 챌린지 테스트’를 한 것. 테스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테스트 참가자 528명 중 354명이 쏘나타의 손을 들어줬으며 쏘나타는 가시성과 제동성, 인체공학, 핸들링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이 같은 테스트 결과는 판매 실적으로 다시 한번 입증됐다. 1998년 처음 미국 땅을 밟은 이후 쏘나타는 지난 11월 말까지 총 99만5883대가 팔렸다. 현재 미국에서 월 평균 1만대 이상 판매되는 것을 감안하면 연내에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해 밀리언셀러에 등극할 것이 확실시된다. 쏘나타가 100만대 판매를 달성하면 현대차는 미국시장(올 11월 말 기준)에서 엘란트라(122만대), 엑셀(114만대)에 이어 3종의 밀리언셀러를 보유하게 된다.

◆명품차의 관문에 서다=현대차가 높디높은 명품차의 관문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품질이었다.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JD파워가 실시하는 ‘신차품질지수(IQS)’ 조사에서 현대차는 2000년 34위, 2001년 32위, 2002년 28위, 2003년 23위 등으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2004년 7위로 껑충 뛰어오르더니 지난해에는 3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렉서스(2위)를 제외한 도요타(4위), 혼다(6위), 닛산(12위) 등 일본 브랜드들을 모두 제친 것이다.

해외 언론들은 일제히 ‘일본의 진짜 위협은 한국의 현대차로부터 오고 있다’, ‘조심해라 렉서스!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등의 논평을 쏟아냈다. 조 후지오(張富士夫) 일본 도요타자동차 회장도 지난 11월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차가 요즘 점점 커지고 있다. 강한 라이벌이 되고 있다”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극심한 환율 변동과 글로벌 경쟁의 격화 속에 올해는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목표를 하향조정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현대차가 품질 우선 경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때라고 입을 모은다.
명품차에 뒤지지 않는 품질을 갖췄지만 그것만으로 명품의 관문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뜻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까지 강력한 품질 경영 드라이브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지만 환율, 유가 등으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원가절감 노력과 함께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고객가치 실현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미 기자
◇후륜구동 방식을 채택한 제네시스의 후면부 모습(왼쪽)과 차량 정보검색 및 조작을 편리하게 한 통합조작키.

첨단 후륜구동 방식 승차감·코너링 ‘굿’

현대차가 40년 사운을 걸고 최초로 자체 개발한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는 현대차 기술의 집약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는 글로벌 명품차와 경쟁하기 위해 제네시스 개발에만 지난 4년간 총 5000억원을 투자했다. 아울러 신차의 눈높이를 높여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벤츠와 BMW를 벤치마킹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에 자사 세단 최초로 뒷바퀴 굴림 방식인 후륜구동(rear wheel drive)방식을 채택했다.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 등 고급세단 시장을 주도하는 차들 대부분이 채택하는 후륜구동 방식은 뛰어난 주행성능과 승차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전륜구동 차량은 앞쪽이 뒤쪽보다 무거워 빠르게 달릴 때 뒷좌석이 미세하게 좌우로 흔들리는 ‘피시 테일(fish tail)’ 현상이 나타난다. 반면 후륜구동 차량은 엔진은 앞쪽에, 동력전달 바퀴는 뒤쪽에 있어 앞뒤 무게가 50대50으로 배분되므로 주행할 때 뒷좌석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도 쏠림 현상이 거의 없다.

그러나 현재 생산되는 자동차 대부분은 전륜구동방식을 택하고 있다. 후륜구동이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데도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륜구동방식을 선호하는 것은 무엇보다 제작원가와 연료소모 문제 때문이다.

전륜구동방식은 엔진부터 구동바퀴까지의 동력 전달 계통이 차 앞 부분에 몰려 있어 추진축이 불필요하다. 추진축이 있는 자리만큼 차의 바닥을 낮게 만들 수 있어 실내공간을 넓게 할 수 있으며, 무게가 덜 나가 연료소모도 후륜구동방식보다 적고 제작원가도 싸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벤츠, BMW 등을 제외하고는 후륜구동이 점차 퇴조하고 전륜구동이 대세를 이뤘다.

하지만 프리미엄 차종들은 최근 속속 후륜구동으로 회귀하고 있다. 엔진 기술의 발달과 신소재로 인한 차량 경량화 등으로 연비가 개선되고, 단점으로 꼽혔던 눈길·빙판길에서의 미끄러짐 문제도 ESP(전자식 차체자세제어컨트롤), TCS(바퀴 구동력 배분장치) 등 첨단장비로 상당 부분 보완됐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향후 출시될 럭셔리 세단 후속 모델에도 후륜구동을 채택할 방침이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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