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인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 청소년 출연 드라마에서 왕따 등 폭력장면이 극적 효과와 재미를 위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게 된다. 실상을 알리는 차원에서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청소년들이 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최면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폭력을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런 양상은 방송3사 오락프로그램의 가학성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어 번지점프대에 올라 괴로워하는 연예인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즐거워한다. 남의 고통이 나의 웃음이 되고 있는 꼴이다.
인천에 사는 한 학부모는 최근 자신의 아이가 친구들로부터 뭇매를 맞는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한결같이 때리는 애들의 얼굴에 심각함은 없고 오락프로그램을 즐기듯 희희덕거리는 모습에 혀를 내둘렀던 것. 그는 가학성 프로그램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TV는 이처럼 시청자들의 의식과 행동의 창(窓)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한동안 잠잠하던 TV프로그램의 선정적 장면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청률 수위를 달리고 있는 SBS 월-화 대하사극 '여인천하'(오후 9시55분)가 지난 6-7일 선정적인 화면을 잇달아 내보내며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인천하'는 6일 제53회 방송에서 윤원형(이덕화 분)과 정난정(강수연 분)이 첫날밤을 치르는 장면을 약 10분간에 걸쳐 방송했다.
이 장면에서 상반신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윤원형과 가슴이 드러나도록 저고리를 벗은 정난정은 낯뜨겁게 서로를 애무했으며, 특히 윤원형이 정난정의 가슴을 만지는 모습, 정난정이 자신의 입에 술을 물고 윤원형에게 전해주는 모습까지 과감하게 전파를 탔다.
7일 제54회에서는 능금(김정은 분)과 그녀의 독선생 장씨(이휘향 분)가 민망한 장면을 연출까지 했다. 능금이 극중에서 여장남자로 등장하는 장씨에게 수청을 들겠다고 자청하며 치마 저고리를 내리는 장면이 나왔던 것. 능금이 술을 마시다 취해 쓰러지는 선에서 마무리됐지만, 시청자들에게 미묘한 상상을 갖게 하기에는 충분한 장면이었다.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이 많이 시청한다는 점에서 지나쳤다는 평이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자칫 왜곡된 이성관을 가질까 우려된다.
/ 편완식 문화부기자 wansik@sg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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