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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홍수’ 6조원 청구서… 기후위기 책임의 해법 찾는다 [심층기획-김은재 기자의 COP31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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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탈리아=김은재 기자 a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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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 개막

튀르키예서 198개국 대표 머리 맞대
‘피해기금 확충·절차개선’ 최대 쟁점
27國 8억弗 약속… 납입은 절반 그쳐
“무상원조를” vs “CO₂ 감축 재원 먼저”

‘2035년 전기화율 35%’ 구상 주목
선진국 “청정” 반색… 개도국은 난색
‘안탈리아 AI 서약’ 동참 확대 관건
전력수요 폭증發 배출책임도 과제
“네팔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극히 미미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에서 손실과 피해, 기후재원 등의 의제를 우선적으로 제기하겠습니다.”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 개최를 앞둔 튀르키예 안탈리아 엑스포센터 입구 인근에 ‘COP31 안탈리아’ 안내 표지판이 서 있다. 안탈리아=AFP연합뉴스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 개최를 앞둔 튀르키예 안탈리아 엑스포센터 입구 인근에 ‘COP31 안탈리아’ 안내 표지판이 서 있다. 안탈리아=AFP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시시르 카날(Shisir Khanal) 네팔 외교장관이 기후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책임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 8월 네팔과 중국 국경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홍수와 산사태로 수많은 네팔 주민이 숨지고 삶의 터전을 잃은 데 따른 절박한 호소다. 피해 복구 비용만 네팔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약 47억달러(약 6조4000억원)로 추산된다. 중요한 건 기후재난은 국경을 가리지 않지만 피해를 감당할 능력은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누가 기후위기의 책임을 지고, 피해 복구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세계 198개국이 튀르키예로 향한다.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안탈리아에서 COP31 막이 오른다. 오는 20일까지 약 2주간 이어지는 이번 총회에서는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손실과 피해 기금’(Fund for responding to Loss and Damage)을 비롯한 기후재원 확대, 전 세계 전기화율 35% 달성,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 마련 등 국제사회의 주요 기후 현안이 협상 테이블에 오른다.

◆기후재원 놓고 ‘동상이몽’

COP31에서는 특히 손실과 피해 기금 확충이 주요 협상 쟁점이 될 전망이다. 네팔 대홍수를 계기로 기금은 10월22일 사상 첫 특별이사회를 열고 네팔에 2160만달러(약 290억원)를 잠정 배정했다. 기금 설립 이후 특정 국가에 지원금을 배정한 것은 처음이다. 손실과 피해 기금은 기후변화로 개발도상국이 입은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금이다. 세계은행이 임시 수탁기관을 맡고 있다. 문제는 부족한 재원이다. 27개국이 총 8억2200만달러(약 1조1200억원)를 출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해 말까지 실제 납입된 금액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번 총회에서는 기금의 재원을 확충하고 집행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선진국의 출연 약속액과 실제 납입액 사이의 격차를 줄이고, 피해국이 지원금을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합의에 도달할지는 미지수다. 기후재원을 둘러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개도국은 선진국의 재정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재난 피해 복구를 위한 지원은 무상원조나 저금리·장기상환 방식의 양허성 금융(Concessional Finance)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기후재난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은 국가들에 일반적인 대출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할 경우 오히려 부채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은 피해복구·적응 지원보다는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촉진시킬 재원 마련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녹색기후기금(GCF·Green Climate Fund)이다. GCF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국제기금으로, 손실과 피해 기금과는 지원 목적과 범위에서 차이가 있다. 선진국들은 공공재원만으로 기후대응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민간투자를 기후 분야로 끌어들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태국 방콕에서 시민들이 폭우로 불어난 물을 헤치며 걷고 있다. 9일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개막하는 COP31에서는 각국의 기후변화 적응 노력을 점검할 지표의 구체화 방안이 논의된다. 방콕=AP연합뉴스
지난 9월 태국 방콕에서 시민들이 폭우로 불어난 물을 헤치며 걷고 있다. 9일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개막하는 COP31에서는 각국의 기후변화 적응 노력을 점검할 지표의 구체화 방안이 논의된다. 방콕=AP연합뉴스

◆전기화·AI 새 의제로 부상

올해 총회는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튀르키예가 COP31 의장국으로서 총회를 개최하지만, 실제 협상은 호주가 ‘협상 의장국’ 자격으로 공동 주도한다는 점이다. 튀르키예는 의장국으로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지난 6월 독일 본에서 열린 제64차 부속기구회의(SB64)에서 ‘10대 행동 의제’(Action Agenda)를 별도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2035년 전기화율 35%’ 구상이다.

2035년까지 전 세계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35%로 끌어올리자는 자발적 목표다. 전기차 보급과 산업용 전기설비 확대, 건물 난방의 전기화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이번 총회에서 해당 목표가 최종 결정문에 반영될 수 있을지가 주요 관전 요소로 꼽힌다.

올해 6월 폭염이 이어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반다의 들판에서 한 소년이 다른 소년에게 병에 든 물을 건네고 있다. 반다=AP연합뉴스
올해 6월 폭염이 이어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반다의 들판에서 한 소년이 다른 소년에게 병에 든 물을 건네고 있다. 반다=AP연합뉴스

전기화를 바라보는 각국의 시각은 엇갈릴 전망이다. 선진국들은 재생에너지 등 청정전력을 활용한 전기화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개도국들은 국가별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목표 설정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경우 각국이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전기화율만 국제사회가 일괄적으로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다.

전기화와 함께 이번 총회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주제는 인공지능(AI)이다. AI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공급 체계 전환과 전력망 확충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AI 산업 성장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기존 선진국과 개도국의 기후 책임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새로운 논쟁거리다.

이에 튀르키예는 이번 총회에서 ‘안탈리아 AI 서약’을 추진하고 있다. 서약의 핵심은 AI를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구동하고 환경 영향을 투명하게 측정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AI·데이터센터의 무배출·저배출 에너지 사용 확대’, ‘AI의 책임 있는 설계·운영’, ‘환경영향 평가 및 보고 강화’ 등 4대 이행 조치가 담겼다. 관건은 COP31에서 얼마나 많은 국가가 동참할지다.

네팔 군인들이 지난 9월 베트라와티에서 홍수로 무너진 주택 잔해 사이로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COP31에서는 기후취약국의 재원 접근성을 높이고 손실과 피해 대응기금 사업 지원을 본격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베트라와티=AP연합뉴스
네팔 군인들이 지난 9월 베트라와티에서 홍수로 무너진 주택 잔해 사이로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COP31에서는 기후취약국의 재원 접근성을 높이고 손실과 피해 대응기금 사업 지원을 본격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베트라와티=AP연합뉴스

◆화석연료부터 적응까지… 후속과제 산적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에 합의할 수 있을지도 주요 관심사다.

국제사회는 2023년 열린 COP28에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에 합의했지만, 지난해 COP30에서는 이를 위한 로드맵을 최종 합의문에 담지 못했다. 이에 브라질 COP30 의장단은 3일 각국의 에너지·경제 여건을 고려한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을 후속으로 발표했다. 2028년부터 2033년까지 3단계에 걸쳐 각국이 전환계획을 수립하고 에너지 시스템을 전환해나가자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발적 로드맵에 그쳐 COP31에서는 이를 보다 실효성 있는 국제적 합의로 격상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기후변화 적응 수준을 평가하는 ‘벨렝 적응 지표’의 구체화도 남은 과제다.

국제사회는 각국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는지를 공통의 기준으로 평가하기 위한 지표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COP30에서 채택된 벨렝 적응 지표에는 기후변화가 문화유산에 미치는 영향 등 그간 평가하기 어려웠던 영역도 대거 포함됐다. 앞으로는 각 지표를 실제로 측정하고 활용하기 위한 세부 기준과 방법론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부속기구회의에서 후속 작업을 맡을 전문가 태스크포스(TF) 구성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COP31에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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