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 상향·‘삼전닉스 2배’ 상품 겨냥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급락한 주식시장을 두고 “선거 전에는 주가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더니, 선거 이후에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 규명을 요구했다.
오 시장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지방 선거용 주식 도박,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에서 “주가가 8% 이상 폭락할 때 시장의 거래를 강제로 멈추는 최후의 안전장치인 서킷브레이커가 올해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11차례 발동됐다”며 “그중 9차례가 지방선거 직후인 6월부터 지난주까지 불과 5개월 사이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코스피는 개장 직후 8% 넘게 떨어져 오전 9시3분쯤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올해 11번째, 역대 17번째 발동이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6.02% 내린 5059.69에 장을 마쳐 종가 기준 지난 3월 말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 “정부·여당은 위대한 성과인 양 치켜세웠다”
오 시장은 “주가지수는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웠고, 5월에는 코스피 8000선까지 돌파했다”며 “정부·여당은 마치 자신들이 이룬 위대한 성과인 양 치켜세우기에 바빴다”고 했다.
코스피는 지난 5월 26일 8047.51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처음 8000선을 넘었다. 5개월여 만에 3000포인트 가까이 내려온 셈이다.
◆ “국민연금 종잣돈 삼아 판 키운 도박판”
오 시장은 선거 직전 내려진 두 결정을 겨냥했다. 그는 “정부는 지방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둔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하루 등락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의 출시를 허용했다”며 “주가가 오르면 수익이 두 배로 늘어나지만, 떨어지면 손실도 두 배로 커지는 투기적 위험이 극도로 높은 상품”이라고 짚었다. 지방선거 엿새 전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높인 결정도 문제 삼았다.
이어 “정권이 앞장서 주가 상승의 환상을 키웠고, 국민은 그 환상에 자신의 재산을 걸었다”며 “중장년층은 노후 자금을 털어 넣었고, 청년들은 결혼자금과 내 집 마련 자금까지 끌어모아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결국 정부가 국민연금을 종잣돈 삼아 판을 키우고,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으로 판돈을 불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거대한 도박판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5월 28일 회의에서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조정했다. 당시 코스피 급등으로 국민연금의 실제 국내주식 비중은 29%대까지 높아져 있었고, 시장에서는 목표 비중에 맞추려면 170조원 규모의 매도가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기금위는 리밸런싱에 따른 시장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금융당국이 지난 4월 관련 시행령과 규정 개정안을 내놓은 뒤 5월 27일 ETF 16종과 ETN 2종이 코스피 시장에 상장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정 당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장기 투자 목적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오 시장이 문제 삼은 두 결정은 성격이 다르다. 국민연금 목표 비중 상향은 실제 비중이 이미 29%대로 목표를 크게 웃돈 상태에서 이뤄졌다. 목표를 20.8%로 올려도 새로 사들일 물량이 생기기보다는 팔아야 할 물량이 줄어드는 구조다. 반면 단일종목 2배 상품은 하락장에서 손실을 키우는 구조인 만큼, 개인투자자가 이 상품에 넣은 자금과 손실 규모가 드러나야 책임 공방도 가려질 수 있다.
◆ “유튜브에서 한가롭게 답할 때 아니다”
오 시장은 “시장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이재명 정부의 위험천만한 오만함이 결국 지옥문을 열었다”며 “부동산 시장은 규제로 억누를 수 있고, 주식시장은 돈을 끌어모아 띄우면 된다는 오만한 발상이 국민의 삶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는 유튜브 채널에서 한가롭게 ‘SNS를 왜 자주 하는지’, ‘잠은 잘 주무시는지’에 답하실 때가 아니”라며 “정부를 믿고 영끌 투자까지 감수한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고, 개인투자자의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수습 대책을 밝혀라”고 촉구했다.
오 시장은 또 “국민연금의 투자 비중 확대를 누가, 어떤 판단으로 결정했는지,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의 출시를 누가 주도했고 왜 서둘렀는지도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낱낱이 공개하라”며 “정권의 성적표를 위해 국민의 삶을 실험 대상으로 삼은 역사적 범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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