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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샴푸부터 컵라면까지…한국P&G·오뚜기·애경산업이 바꾼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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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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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P&G·애경산업, 시각장애인 생활용품 식별 지원·안전교육 확대
오뚜기, 컵라면 등 136종 점자 적용…롯데칠성음료도 음료 구분 개선
LG전자, 가전 조작용 점자 스티커·음성 안내로 사용 편의성 높여

샴푸와 세제를 손으로 구별하고, 컵라면에 물을 얼마나 부어야 하는지 확인하는 일. 비장애인에게는 익숙한 행동이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제품을 잘못 사용하거나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한국P&G 제공
한국P&G 제공

생활용품과 식품, 가전업계가 이러한 불편을 줄이기 위해 제품 포장과 사용 방법을 바꾸고 있다. 세제와 샴푸를 구분하는 점자 태그부터 컵라면의 물 붓는 선, 가전제품 조작 버튼까지 개선 대상도 넓어졌다. 단순한 물품 기부를 넘어 시각장애인이 제품을 직접 식별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P&G와 애경산업 등 생활용품 기업들은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시각장애인 생활안전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시작된 이 사업은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지난 10월 15일에는 국립서울맹학교에서 시각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도 처음 실시했다.

 

한국P&G는 지난 10월 15일 ‘제47회 흰지팡이의 날’을 맞아 한국소비자원 및 사업자정례협의체와 함께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생활용품 사용을 지원했다.

 

이번 사업에서는 세탁세제와 샴푸, 바디워시 등에 걸어 사용하는 점자 태그 3종 6255세트와 화장품 등 소형 제품에 부착하는 점자·저시력자용 스티커 1만 장을 제작했다.

 

점자 태그는 재사용할 수 있는 실리콘 소재로 만들었다. 다양한 크기의 용기에 걸 수 있도록 분리형 체결 방식을 적용했으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를 통해 실제 사용자의 의견도 반영했다.

 

한국P&G는 다우니 섬유유연제와 헤드앤숄더·팬틴 헤어케어 제품 등 약 1500만원 상당의 생활용품과 점자 태그·스티커 제작 지원금 200만원을 전달했다.

 

올해는 물품 지원에 교육을 더했다. 국립서울맹학교 유·초등과정 학생들은 QR코드와 점자 태그를 이용해 생활용품을 구별하고 안전정보를 확인하는 방법을 배웠다. 화면해설이 포함된 교육 영상을 시청한 뒤 실제 제품을 활용한 실습에도 참여했다.

 

교육자료는 전국 13개 맹학교와 시각장애인 대상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제공됐다.

 

한국P&G를 포함한 협의체 참여 기업들이 지원한 물품은 총 1억8000만원 상당이다. 점자와 QR코드가 적용된 생활용품·식품, 음성안내 기능을 갖춘 가전제품 등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를 통해 전국 시각장애인 가구와 서울맹학교에 전달됐다.

 

애경산업도 같은 사업에 참여했다.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점자 태그와 스티커를 지원하고, 서울맹학교 학생 대상 안전교육을 진행했다.

 

자체 제품에도 점자를 적용하고 있다. 생활용품 브랜드 ‘스웨이(SWAY)’는 식기세척기 세제 등 대부분의 제품 포장재에 점자를 표시했다. 식기세척기 액체 캡슐 세제 포장 상단에도 점자를 넣어 시각장애인이 제품을 구별할 수 있도록 했다.

 

애경산업은 2022년부터 생활용품 식별을 돕는 점자 태그 지원 사업에 참여해 왔다. 지난해에는 한국소비자원 등과 함께 점자 태그 1만40세트와 점자·저시력자용 스티커 1만 장을 제작·지원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오뚜기가 대표적이다.

 

오뚜기는 2021년 9월 컵라면 용기에 점자 표기를 도입했다. 시각장애인이 제품 이름뿐 아니라 물 붓는 선과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협력해 점자의 위치와 내용, 읽기 편한 정도를 검토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점자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검은색 바탕에 흰색 점자를 적용했다.

 

점자 적용 제품도 늘렸다.

 

오뚜기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점자가 적용된 제품은 용기면·컵면 78종, 컵밥 29종, 용기죽 10종, 볶음밥 3종, 케챂 6종, 마요네스 10종 등 총 136종이다.

 

볶음면과 컵누들 제품에는 전자레인지 조리 등에 필요한 물 붓는 선을 추가했다. 용기 바깥쪽에 삼각형 모양의 음각·양각 표시를 적용해 손으로도 물 높이를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활동을 인정받아 오뚜기는 지난해 11월 열린 ‘제99돌 한글 점자의 날 기념식’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롯데칠성음료는 생수와 탄산음료의 구분을 돕는 점자 표기를 도입했다.

 

2021년부터 생수 ‘아이시스8.0’ 300㎖와 ‘칠성사이다’ 페트병 500㎖ 제품 상단에 각각 ‘아이시스’, ‘칠성사이다’라는 브랜드명을 점자로 표기했다.

 

앞서 2008년부터 캔 음용구에 ‘음료’라는 점자를 넣었으며, 2017년에는 칠성사이다·밀키스·펩시콜라 등 탄산음료 제품에 ‘탄산’이라는 점자를 적용했다.

 

제품을 단순히 음료라고 표시하는 데서 나아가 탄산 여부와 브랜드까지 구별할 수 있도록 정보를 세분화한 것이다.

 

삼양식품도 용기면에 점자 표기를 적용했다. 불닭볶음면에는 ‘불닭’, 삼양라면에는 ‘삼양’이라는 점자를 넣어 제품을 식별할 수 있도록 했다.

 

가전업계에서는 제품을 직접 조작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LG전자는 2021년 ‘트롬 워시타워’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매뉴얼과 점자 스티커를 도입했다.

 

워시타워 조작부 전면에 점자 스티커를 부착하면 사용자가 전원 버튼과 세탁·건조 코스, 옵션 버튼의 위치를 촉각으로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는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과 협력해 점자 스티커를 개발했다. 당시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을 통해 신청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도 마련했다.

 

이후 로봇청소기와 식기세척기 등으로 접근성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화면이나 조작부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안내 수단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기업들의 접근성 개선 활동은 생활용품 식별을 돕는 점자 태그에서 시작해 식품 포장과 가전제품 조작부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제품을 직접 구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뿐 아니라 잘못된 사용을 예방하는 데도 의미가 있다. 특히 세탁세제와 샴푸처럼 비슷한 형태의 용기에 담긴 제품은 내용물을 정확히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제도 남아 있다. 제품명만 표시하는 점자로는 사용 방법과 주의사항, 성분 등 필요한 정보를 모두 전달하기 어렵다. QR코드를 활용한 음성 안내도 이용자가 해당 정보를 쉽게 찾고 접근할 수 있어야 효과가 있다.

 

업계의 접근성 개선 활동이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으려면 제품 기획 단계부터 시각장애인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실제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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