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트럼프 대선 승리 당시 1등 공신
與 중간선거 참패에 더는 못 버티고 퇴장
미국 11·3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공화당이 기록적 패배를 당한 뒤 백악관은 ‘겨울왕국’처럼 썰렁해졌다. 냉철하고 치밀한 성품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얼음 아가씨’(ice baby)란 별명을 얻은 비서실장은 가장 먼저 짐을 싸 백악관을 떠나는 신세가 됐다.
트럼프는 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백악관 비서실장 교체를 알렸다. 현재 비서실의 ‘2인자’인 스티븐 밀러(41) 부실장이 오는 9일부터 비서실장을 맡고, 수지 와일스(69) 현 비서실장은 물러난다는 것이다. 와일스가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 후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힌 만큼 경질 인사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는 와일스를 최대한 배려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는 SNS 글에서 와일스를 향해 “비서실장으로서의 봉사에 감사드린다”며 “정말 훌륭한 일을 해주셨다”고 찬사를 바쳤다. 그러면서 와일스가 완전히 자신의 곁을 떠나는 것은 아니며 ‘트럼프 정치 조직’(Trump Political Operation)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와일스가 트럼프 개인의 사조직 운영에 관여하게 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향후 정치적 영향력 유지, 정치자금 모금, 이른바 ‘마가’(MAGA·미국을 더 위대하게) 메시지 관리 등을 담당할 사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일스는 2024년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현직 부통령인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상대로 예상 밖의 압승을 거두며 비로소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선거 직후 승리를 자축하는 연설을 하던 트럼프가 갑자기 “수지. 이리 와요. 이리 오라고”라며 그를 연단으로 불러냈다. 대선 기간 와일스는 트럼프 선거 캠프의 공동 위원장을 맡았다.
트럼프는 와일스를 ‘얼음 아가씨’라고 부르며 “뒤에 있는 걸 좋아하는데, 뒤에 있을 사람은 아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와일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미국 역사상 백악관 비서실장에 여성이 임명된 사례는 와일스가 최초다.
미 언론은 와일스에 대해 “대중 사이에서 유명하진 않지만 트럼프 캠프 내에서는 사실상 최고 지도자”라고 보도했다. 지난 트럼프 정권 2년간 와일스는 별명처럼 전면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트럼프를 보좌했다. 트럼프 본인이 참모의 조언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의 즉흥적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스타일인 만큼 비서실장의 역할에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와일스는 올해 3월 유방암 진단 사실을 대중에 공개해 화제가 됐다. 약 반년간 백악관 근무와 병원 치료를 병행한 끝에 지난 9월 완치 판정을 받아냈다. 당시 그는 사임하지 않고 비서실장으로 계속 일하면서 투병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허락한 트럼프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캐롤라인 레빗 전 백악관 대변인은 과거 와일스를 가리켜 “배려심과 이해심 깊은 상사”라고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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