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폭락장 2조1179억원 순매수…6일 두 종목 추가 급락
미국 반도체지수 12.25% 폭락…데이터센터 규제 우려 확산
코스피가 지난 6일 장중 5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5000선이 깨진 것은 지난 2월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개장 3분여 만에 8% 넘게 급락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장중 4911.28까지 내려갔다. 이후 낙폭을 줄여 전 거래일보다 6.02% 내린 5059.69에 마감했다.
전날인 5일 5.28% 하락까지 합하면 이틀간 10.98% 떨어졌다. 개인투자자는 급락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사들였다.
7일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지난달 6일부터 이달 5일까지 개인 순매수액은 삼성전자 5조8323억원, SK하이닉스 3조3601억원으로 합계 9조1924억원이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국내 상장 종목 가운데 개인 순매수 1·2위다.
코스피가 5.28% 내린 5일에도 개인은 삼성전자 1조2277억원, SK하이닉스 8902억원 등 모두 2조117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한 달간 두 종목 순매수액의 약 23%가 이날 하루에 몰렸다.
하지만 이튿날인 6일 주가는 더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6.35% 내린 18만8700원, SK하이닉스는 10.44% 내린 113만2000원에 마감했다. 전날 종가는 각각 20만1500원, 126만4000원이었다.
외국인은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2조7700억원을 순매도했다. 5일 순매도액 3조3928억원을 더하면 이틀간 약 6조1600억원이다. 개인과 기관이 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 매도를 막지 못했다.
◆美 반도체지수 12.25% 폭락…민주당 승리 뒤 규제 우려 확산
국내 반도체주 급락은 미국 증시 급락의 영향을 받았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종합지수는 5.52% 내린 2만4315.00,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2.25% 내린 9011.14에 마감했다. 반도체지수 낙폭은 2020년 3월 이후 하루 기준 가장 컸다. 엔비디아는 9.26%, 브로드컴은 10.43%, 마이크론은 17.46% 떨어졌다.
시장이 주목한 변수는 미국 중간선거 이후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가능성이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규제와 정치적 감시가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5일 민주당의 선거 승리로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기술주 매도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용수를 대량으로 쓴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요금 상승과 환경 부담을 이유로 신규 건설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텍사스주에서는 새로 당선된 주지사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 방침을 밝혔다.
데이터센터 사업이 늦어지면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수요 증가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빅테크의 설비투자 계획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규제 현실화는 미확정…빅테크 투자 계획이 관건
데이터센터 규제의 구체적인 범위와 반도체 수요에 미칠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다. 주요 빅테크 기업이 선거 결과를 이유로 설비투자 계획을 대폭 축소했다는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
JP모건은 선거 전 분석에서 대통령 거부권 등을 고려하면 연방 차원의 강력한 AI 규제 법안이 통과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반면 주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의 건설 제한이나 인허가 지연은 별도 변수로 남아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지역 규제가 곧바로 미국 전역의 투자 축소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전력 확보와 인허가 문제로 건설 지역이 바뀌거나 투자 집행 시점이 조정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도체주 약세가 선거 이후에 시작된 것도 아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달 7일부터 16일까지 8거래일 연속 내렸다. 2008년 10월 이후 처음이며, 이 기간 누적 낙폭은 15.7%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규제 범위와 실제 사업 지연, AI 수요 감소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 AI주 급락은 투매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미국 빅테크의 설비투자 계획이 유지되고 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주가 하락을 곧바로 업황 악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이 길어지거나 투자 계획이 줄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성장 전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적이 유지되더라도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면 단기 주가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최근 한 달간 두 종목을 9조원 넘게 순매수한 개인투자자가 확인할 지표는 미국 빅테크의 설비투자 계획, 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 변화, 외국인 수급이다. 주가 하락폭과 함께 실제 반도체 수요에 변화가 있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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