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양남 주상절리 한마음 축제’를 찾았던 70대 여성 A씨는 축제장 퇴장구에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A씨가 인파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6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사고와 관련, 현장에 사설 구급차 등이 배치돼 있지 않아 A씨가 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당시 인근 소방 인력이 다른 업무로 출동한 상태라 20분 넘게 떨어진 지역에서 구급차가 출동했지만, 그마저도 행사장 주변에 몰린 차량과 인파 탓에 환자에게 곧바로 접근하지는 못했다.
결국 A씨는 최초 신고 후 약 1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에 도착했다.
구급활동일지에 따르면 A씨는 구급대원에게 “인파에 약 1분간 끼어 있었다”고 진술했고,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기도 하는 등 사고 얼마 뒤까진 자신의 상태를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이후 병원에서 거미막하출혈 진단을 받고 응급수술을 받았으며, 현재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A씨의 자녀 김씨는 “엄마는 현재 자가호흡이 불가능한 상태로, 병원에서는 사실상 ‘식물인간’이 됐다고 설명했다”며 “사고 직후 초동 대응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현장에 구급차가 갖춰져 있었다면 지금 같은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2023년 10·29 이태원 참사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후, 국회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을 개정했다.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 모일 것으로 예상하는 지역축제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안전관리계획과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정작 이번 행사 주최·관리 책임이 있는 기관들은 현장에 구급차를 배치하지 않은 책임을 서로 미루고 있다. 경주시는 행사 전 경주경찰서와 경주소방서 등에 보낸 공문에 예상 참석 인원을 900여명으로 기재했으며, 사설 구급차 임차도 완료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실제 행사장에 구급차가 배치되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는 ‘경주문화재단과 축제 주관 측의 협의 문제’를 이유로 들며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매년 관람객이 1000명 이상 몰리지 않는 행사였고, 2024년까지는 행사장에 구급차를 배치했지만 지난해에는 경주문화재단과 양남면발전협의회가 소통하는 과정에서 예약이 취소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행사를 관리한 양남면발전협의회 측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구급차를 사전에 배치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행사장 인근에 소방서가 있어 긴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구급차가 금방 출동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협의회가 주최한 일부 행사는 오후 4시에 종료됐고, 당시 모인 인원도 1000명 이하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사 준비 단계에 작성된 기록을 보면 주최 측이 1000명 이상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한 듯한 정황이 확인된다. 양남면발전협의회가 지난해 8월 경주시에 제출한 지방보조금 교부신청서에 따르면 행사장 의자와 관광객 다과 등 일부 지출 항목은 2000명을 기준으로 예산이 책정됐다.
이에 대해 경주시는 “용역 견적서는 실제 행사 규모보다 크게 산정되는 경우가 있으며, 실제 발주한 물품은 약 1200개”라고 해명했다.
이 해명대로라도, 실제 발주 수량 역시 1000개를 웃돌아 경주시가 관계기관에 통보한 예상 참석 인원 900여명과는 차이를 보였다.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으로 예상되는 행사에는 응급의료 인력·이송수단 확보 등 의무가 부과되는데, 일각에서는 이러한 의무를 피하려 예상 참석 인원을 1000명 미만으로 산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 이후 재난안전법이 개정됐음에도 유사한 안전관리 공백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주최 측이 행사 인원을 높게 잡을수록 안전관리 부담도 커지는 만큼 실제보다 인원을 적게 추산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고가 발생해도 인원 산정 근거가 적절했는지 확인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사고 후 경찰 수사 과정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씨 등 A씨 가족은 지난해 10월 양남면발전협의회를 재난안전법 및 다중이용시설 관련 특별법 위반 혐의로 경주경찰서에 고발했다.
하지만 경찰은 올해 2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했다. 구급차 미배치와 현장 접근 지연 등 주최 측의 일부 과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과실과 A씨의 상태 악화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김씨는 수사심의를 신청했고 경북경찰청은 지난달 16일 뒤늦게 재수사를 지시했다. 사고 발생 약 1년 만이다. 김씨는 “지난달 26일 경주시와 경주문화재단도 형사고발조치했다”며 “진실을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지만, 이렇게 한다고 어머니의 상태가 회복되는 것도 아니라 참담한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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