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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 살리려다 라이더 잡는다?… “수수료 내려라” vs “배달료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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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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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법 딜레마

정부·정치권,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완화 추진
라이더 400명은 배달료 삭감 우려하며 반발
배달비 포함 15% 상한 논란…‘을과 을’ 갈등

소상공인의 날인 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는 라이더 400여 명이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법안의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같은 시각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는 자영업자 단체들이 온라인플랫폼법과 음식배달플랫폼법, 상생협력법 등 이른바 ‘3대 민생입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한쪽은 배달료를 깎지 말라는 주장이고, 다른 한쪽은 수수료를 낮추라는 것이다. 서로 상반된 목소리를 낸 이들은 사실 음식을 만들고 배달하는 ‘공생 관계’이다. 음식 배달 문화가 확산하면서 두 당사자의 이해관계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겠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쏟아내는데 해법은 더 꼬이기만 한다. 왜일까.

 

◆라이더 몫이 이미 20%인데 상한은 15%…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집회중인 라이더들이 배달앱 수수료 전면폐기 등을 외치고 있다.
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집회중인 라이더들이 배달앱 수수료 전면폐기 등을 외치고 있다.

첫 번째 질문은 산식이다. 자영업자 단체 스스로 밝힌 비용 구조를 보면, 음식점이 부담하는 비용은 중개수수료 7.8%와 결제수수료 3%, 그리고 업주 부담 배달비 3400원에 광고비와 쿠폰·프로모션 비용이 더해진다. 1만5000원 주문이면 배달비가 3400원으로 주문금액의 22.7%이다. 배달 한 건에서 라이더에게 돌아가는 배달비가 이미 주문금액의 20% 안팎이라는 뜻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의 제정안은 중개수수료·결제수수료·광고비 총액을 15% 이내로 묶고, 배달비에는 별도의 상·하한을 두도록 했다. 배달비 상한이 어느 수준으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라이더 단가에 직접 하향 압력이 걸리는 구조다. 같은 당 김남근 의원의 제정안은 일률 상한 대신 영세·소규모 입점업체에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편,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중개수수료와 결제수수료, 광고비에 배달비까지 합산한 총액을 주문 매출액의 15% 이내로 제한한다. 중개수수료와 결제수수료, 광고비를 전부 0으로 만들어도 배달비 하나로 이미 상한을 넘는 주문이 수두룩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상한을 지키려면 남는 방법은 하나다. 배달비를 깎는 것뿐이다.

 

라이더들은 “배달료가 건당 300~500원만 줄어도 월 단위로는 수십만 원의 소득 감소가 생긴다”며 “기름값에 보험료, 수리비까지 다 오르는데 배달 단가까지 줄면 일을 계속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집회중인 라이더들이 배달앱 수수료 전면폐기 등을 외치고 있다.
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집회중인 라이더들이 배달앱 수수료 전면폐기 등을 외치고 있다.

◆점주 대 라이더… 왜 ‘을’끼리 맞서게 됐나

 

점주의 주장과 라이더의 주장은 사실 충돌하지 않는다. 점주들은 수수료, 배달비, 광고비 등을 합치면 실제 남는 이익이 크지 않다고 호소한다. 라이더들은 배달비는 자신들의 인건비, 기름값, 보험료 등이라고 말한다.

 

두 요구를 충돌하게 만든 것은 법안의 설계다. 법으로 총량이 묶이면, 줄여야 할 부분이 결국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배달 단가일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결국 점주가 얻는 인하분이 라이더의 손실에서 나오는 제로섬 구조가 만들어지고, 거리에선 을과 을이 마주 서게 된다.

 

라이더들은 이 구도가 결국 점주에게도 돌아온다고 경고한다. 단가가 깎여 라이더가 떠나면 배차가 늦어지고 소비자가 배달을 외면하면 음식점의 매출이 줄어든다. 인천에서 참석한 라이더 B씨는 “배달할 사람이 줄어들면 점주들도 주문을 받아 매출을 올릴 기회가 줄어든다. 결국 라이더와 점주 모두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집회중인 라이더들이 배달앱 수수료 전면폐기 등을 외치고 있다.
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집회중인 라이더들이 배달앱 수수료 전면폐기 등을 외치고 있다.

 

◆민생법안 만든다며 당사자는 쏙 뺀 여당

 

수수료 상한제 입법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다. 김남근·이강일 의원의 제정안이 당의 민생입법 과제로 올라 있고, 소상공인의 날에 맞춰 국회 앞에서 열린 ‘플랫폼 민생입법 촉구대회’ 역시 그들의 자리였다.

 

국정감사가 끝난 현재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 법안으로 가장 직접적인 소득 변화를 겪게 될 라이더들은 발의에서 심사를 앞둔 지금까지 철저하게 배제됐다. 국가데이터처 관련 통계에서 40만 명 안팎으로 파악되는 배달원들이 입법 과정에서 통째로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난달 19일 한 라이더의 광화문 1인 시위가 17일 만에 400여 명 규모 집회로 확대됐다. 장소도 국회가 아닌 청와대로 옮겨 갔다.  라이더들이 제도 안에서 목소리를 낼 통로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여성 라이더는 “아이들 키우면서 부끄럽지 않게 생계를 꾸리고 있는데 이 일이 안 되면 더 이상 갈 데도 없다”며 “더 받자고 하는 게 아니라 지키자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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