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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과 커튼이 말을 거는 연극 ‘멜로드라마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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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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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드라마에서 대사를 뺄 수 있을까. 창작집단 ‘여기에 있다’가 가방 속 책과 창문 커튼, 노트북, 작은 개미를 앞세워 이 물음에 답한다. 평범한 사물이 인형처럼 움직이고 크기가 늘었다 줄면서 한 편의 사랑 이야기를 만든다.

연극 ‘멜로드라마 열차’ 2024년 공연 장면. 국립정동극장 제공
연극 ‘멜로드라마 열차’ 2024년 공연 장면. 국립정동극장 제공

연극 ‘멜로드라마 열차’가 다음달 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국립정동극장 세실 무대에 오른다. 시범 공연을 거친 작품의 재공연을 돕는 ‘2026 창작ing’의 연극 부문 선정작이다. 

 

작품 주인공 민지는 어디로 가는지 모를 열차에 올라 창밖만 바라본다. 흔들리고 덜컹거리다 멈추기를 되풀이하는 열차 안팎에서 삶과 죽음, 희망과 사랑의 세계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작품은 아름답고 순결하며 영원해야 한다는 사랑의 기준이 오히려 현실의 사랑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사랑의 범위를 사람 사이에 가두지 않고 동식물과 사물, 기술까지 넓힌다. 나와 다른 존재를 살피고 기꺼이 관계를 맺으려는 태도를 사랑이라 부르는 것이다. 제목은 ‘멜로드라마’이지만 흔히 이 말에서 떠올리는 이상적 사랑을 시험대에 올린다. 말이 없으니 장면의 뜻을 정하는 몫은 관객에게 돌아간다.

사물에 숨을 불어넣는 일은 이 단체가 꾸준히 해 온 작업이다. 연출 박세련, 시노그래퍼 김지우, 배우 정대진·이래인을 중심으로 공동창작을 하며 2022년 춘천인형극제에서 인형극 ‘인형종합병원’을 올렸다. 2023년 ‘페이스 타임’은 이제 만날 수 없는 어머니의 전화번호로 영상통화를 걸면 받을까 하는 박세련의 상상에서 출발해 인형극을 극중극으로 끌어들였다.

 

초연 때는 소극장의 한계로 인형 조종자와 장치가 움직이는 과정을 일부 드러냈는데 이번 공연에선 프로시니엄 무대를 살려 무대 뒤 움직임을 감춘다. 손의 수고가 보이던 공연이 환상으로 옮겨 가는 셈이다. 창작과 연출은 김지우·박세련이 공동으로 맡았고 초연 멤버인 박지윤·이래인·정대진이 다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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