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외화 지준율 인상…강세 속도조절
수출 의존 높은 中 경제…마진·고용 충격 우려
시장 “미세조정 가능성”…中 환율 딜레마 커져
중국이 위안화 강세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조치에 나선 가운데 환율 정책을 둘러싼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유럽과 국제통화기금, IMF는 위안화가 여전히 저평가돼 중국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위안화 강세가 수출기업의 수익성과 고용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로이터통신은 중국 당국이 위안화 절상 압력과 수출기업의 수익성 악화 우려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위안화는 달러 대비 약 5%, 유로 대비 약 9% 상승했다.
유럽과 국제통화기금(IMF)을 중심으로는 위안화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6월 위안화 저평가 문제를 국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중국의 통화정책을 문제 삼으며 위안화의 더 자유로운 변동을 요구했다. IMF는 지난 7월 위안화의 실질실효환율이 17.3~25.3% 저평가됐다고 지적했고, 메르츠 총리는 저평가 폭을 25~30%로 제시했다.
이들은 중국의 대규모 무역흑자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제조업 수출 확대가 세계 시장의 불균형을 키우고 있다고 본다. 위안화가 낮은 수준에 머물 경우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돼 다른 국가의 산업과 고용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무역흑자가 환율 때문이 아니라 산업 고도화에 따른 결과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로이터는 인민은행이 기록적인 무역흑자를 위안화 요인보다는 산업 경쟁력 강화의 결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위안화 절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만큼, 급격한 환율 변화가 기업 수익성과 고용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위안화가 빠르게 오르면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 이는 고용과 소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위안화 강세를 흡수할 기업들의 이익 여력도 제한적이다. 로이터가 시가총액 1억 달러 이상인 중국 상장사 5209곳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순이익률 중앙값은 4.9%로 글로벌 경쟁사 9733곳의 8.9%보다 낮았다. 스탠다드은행은 위안화 실질실효환율이 1% 오르면 평균 수출 마진이 약 0.3%포인트 줄어든다고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강세가 특히 섬유, 가전 등 노동집약적 업종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주닝 상하이 고등금융연구원 금융학 석좌교수는 “이들 수출업체는 규모를 줄이고 직원을 해고해야 할 수도 있다”며 “이는 국내 소비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급격한 위안화 절상을 경계하는 배경에는 1985년 플라자 합의에 대한 인식도 자리한다. 플라자 합의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이 달러 약세를 유도한 협정이다. 중국 학계에서는 당시 엔화 강세가 일본의 장기 침체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강하다. 주 교수는 “중국 정책당국은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이 겪은 충격과 결과를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우려 속에 시장에서는 중국이 급격한 환율정책 전환보다는 위안화 상승 속도를 늦추는 미세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일 금융기관의 외화 지급준비금 비율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은행의 외화 운용 여력을 조절해 위안화의 빠른 상승세를 억제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향후 외화 지급준비율 추가 인상, 은행에 대한 비공식 지도, 위안화 기준환율의 약세 고시, 해외투자 규제 완화 등 추가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크리스토퍼 베도어 중국 리서치 부국장은 로이터에 “빠른 위안화 절상이 수출과 성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중국 정책당국은 그런 도박을 하기에는 너무 신중하다”고 말했다.
위안화 강세 전망은 이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위안화가 현재 달러당 약 6.70위안 수준에서 향후 12개월 안에 6.40위안까지 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위안화 추가 강세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은 대외적으로 환율 저평가 비판에 대응하면서, 국내적으로는 수출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고용 충격을 관리해야 한다. 위안화 절상 압력이 이어지는 한 중국 당국의 환율 운용 부담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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