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한나라·낙랑 문화 교류 흔적
거대한 무덤 속 작은 중심부도 주목
몽골 동부의 약 2000년 전 흉노 무덤에서 로마산으로 추정되는 유리잔과 평양 낙랑 무덤 출토품을 닮은 은제 장식이 발견됐다. 중국 한나라의 장례 문화가 반영된 옥 장식까지 출토되면서 고대 흉노가 유라시아의 여러 문화권과 교류했음을 보여주는 단서가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몽골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 몽골 국립박물관과 함께 2023년부터 진행한 몽골 동부 도르릭 나르스 유적 160호 무덤의 발굴조사를 마무리했다고 8일 밝혔다. 몽골에서 확인된 최대 규모의 흉노 무덤으로, 이번 조사에서 유물 413건이 출토됐다.
흉노는 기원 전후 몽골 초원을 중심으로 유라시아 동부에 세력을 떨친 유목 제국이다. 중국 한나라와 대립하면서도 교류했으며, 고조선과 낙랑 등 한반도 고대 사회와도 관계를 맺었다.
이번 발굴에서 주목되는 유물은 말을 꾸미는 데 사용한 은제 말 장식이다. 얇은 은판을 두드려 표주박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평양 석암리 219호 무덤 등 낙랑 유적에서 출토된 장식과 형태가 비슷하다. 다만 가운데 수정을 박아 넣고 그 아래 금박과 붉은색·파란색 물질을 받쳐 장식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장식은 흉노 무덤에서 처음 확인됐다.
한나라와 로마의 흔적도 발견됐다. 널 바닥에서 나온 옥 15점은 한나라의 장례용 옥인 ‘옥벽(玉璧)’을 본뜬 것으로 보이지만, 형태가 일정하지 않고 표면에 정교한 문양을 새긴 점이 특징이다. 손잡이가 달린 투명한 유리잔은 로마 제국 영역에서 제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박물관은 향후 성분 분석을 통해 정확한 제작지를 밝힐 계획이다.
무덤 자체도 학계의 관심을 끈다. 남쪽으로 뻗은 무덤길까지 포함하면 전체 길이가 약 73m에 달한다. 지하 14.5m까지 땅을 계단식으로 파고 아홉 차례 돌을 쌓아 메웠으며, 중심부 위에서는 높은 신분을 상징하는 옻칠한 마차도 발견됐다.
그러나 거대한 외형과 달리 무덤 중심부는 상대적으로 작고 얕았다. 비슷한 규모의 몽골 중부 흉노 무덤이 깊이 22m에 이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연구진은 무덤이 조성된 기원후 1세기 후반부터 2세기가 흉노의 세력이 기울던 시기라는 점에서 이러한 구조적 차이가 당시 사회 변화를 반영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널 안에서 수습한 치아와 머리카락도 분석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무덤 주인의 성별과 나이, 주변 배장묘(딸린 무덤)에 묻힌 인물들과의 혈연관계 등을 밝힐 계획이다.
이번 발굴은 국립중앙박물관이 1997년부터 약 30년간 이어온 한·몽 공동학술조사의 성과다. 지난 7월 도르릭 나르스를 비롯한 흉노 무덤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데도 공동조사 성과가 기여했다.
출토 유물은 올해 안에 국내로 들여와 보존처리와 과학적 분석을 진행한다. 조사 결과는 6~7일 열리는 제50회 한국고고학회 전국대회에서 처음 공개되며, 향후 발굴조사 보고서로 발간될 예정이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1/05/128/20261105518842.jpg
)
![[기자가만난세상] 꿈꾸던 ‘인간’이 되었나요?](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08/14/128/20250814518001.jpg
)
![[삶과문화] 유한한 삶을 사랑하는 법](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02/128/20260402520364.jpg
)
![[박일호의미술여행] 변호인의 거짓 눈물](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1/05/128/20261105518747.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