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 이런 베팅없인 못 쫓아가”
수출 주도형 성장모델 한계도 지적
새로운 자본주의 등 4대 해법 제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청와대에서 발표한 2100조원 규모의 ‘3대 메가프로젝트’ 투자계획과 관련해 “‘이렇게 발표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과거에는 200조원만 투자한다고 해도 엄청난 투자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10배가 넘어갔다. 전 세계가 이미 이런 게임에 들어와 있다”고 밝혔다.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김종섭홀에서 열린 ‘자유와 시장 특강 시리즈’에서 ‘AI 시대, 세계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대한민국의 비전’을 주제로 강연하면서다. 이 자리에는 서울대 경제학부 재학생 등 45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삼성은 더 큰 숫자를 이야기했고, 두 기업이 거의 50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하다 보니 이게 정상적인 계획이냐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우리가 이렇게 베팅하지 않고서는 쫓아갈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막대한 AI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도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의 투자 경쟁을 거론하며 “내가 먼저 죽을 수는 없지 않으냐”며 “살아 있어야 이 게임에 계속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의 기존 수출 주도형 성장 모델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지난 30년간 미국의 소비와 중국의 제조를 중심으로 유지된 국제 분업 구조가 바뀌면서 한국이 미국의 투자 요구와 중국의 기술 추격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응 해법으로 △새로운 자본주의 △AI 네이티브 국가 △한·일 경제연대 △기업 성장을 촉진하는 혜택 강화 4가지를 제시했다. 새로운 자본주의는 민간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창출한 가치를 측정하고 금전적으로 보상하자는 구상이다. AI 네이티브 국가의 경우 나라 시스템 전반을 AI 중심으로 전환해 노동과 교육 체계를 바꾸고, 실제 데이터를 활용한 AI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최 회장은 한·일 경제협력 확대와 관련 “양국 경제가 연계되면 약 6조 달러 규모의 경제권을 형성해 성장 기회를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업이 성장할수록 규제는 늘고 지원은 줄어드는 구조를 개선해 중소기업의 대기업 성장을 유도하는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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