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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 형평성·자금 이탈’ 우려에 후퇴… 정책 신뢰 논란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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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권구성 기자, 구윤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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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과세 네 번째 유예

정부·與 시행 두달 앞두고 급선회
국내 투자자 역차별 우려에 부담
인프라·체계 구축 2년간 시간 벌어
디지털자산법 제정도 속도낼 듯
업계 “투자 심리 위축 막아” 안도

가상자산 과세 시행이 불과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5일 정부·여당이 유예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자칫 국내시장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업계와 투자자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가상자산 거래 비중이 큰 미국과의 정보 교환이 2029년 이후부터 이뤄지는 만큼, 시행을 한 차례 더 유예하고 제도를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네 번째 유예를 결정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과 일관성 훼손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당초 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거래로 얻은 차익 중 기본 공제액(연 250만원)을 넘는 부분에 기타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합쳐서 22%의 세율을 적용할 예정이었다. 이 같은 과세 기준은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고, 2022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2023년 1월로 한차례 미뤄진 것을 시작으로 총 세 차례 유예되면서 내년 1월로 늦춰진 상태였다. 이번에 정부가 네 번째 유예를 결정하면서 시행 시기는 2029년으로 다시 미뤄졌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가상자산 과세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가상자산 과세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동안 정부·여당은 가상자산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9월 인사청문회에서 가상자산에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지난달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여당 의원들이 과세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부총리가 국감에서 “업계와 국회 의견을 모아 숙고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정부의 기류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국내시장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 체계(CARF)는 한국을 비롯한 46개국에서 내년부터 가동되지만, 가장 거래가 많은 미국은 2029년부터 정보 교환을 시작할 예정이다. 캐나다, 스위스, 싱가포르, 홍콩 등 29개국도 2028년부터 참여한다. 이 때문에 미국이 CARF에 참여하는 2029년부터 과세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목소리가 줄곧 제기됐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지난달 22일 재경위 국감에서 해외 거래소 등의 거래정보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언급하며 “성실한 우리 납세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인프라와 제도를 정비해 과세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업계와 전문가,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디지털자산 과세 민관합동 워킹그룹’을 꾸려 과세 기준을 마련하고, 납세자의 신고 편의 제고 등을 위한 준비과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과세를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5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모습. 정부는 미국과의 가상자산 정보 교환이 2029년부터 이루어진다는 점과 디지털자산법이 제정되면 가상자산을 규율하는 제도적 기반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므로 2년간 더 준비해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과세를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5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모습. 정부는 미국과의 가상자산 정보 교환이 2029년부터 이루어진다는 점과 디지털자산법이 제정되면 가상자산을 규율하는 제도적 기반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므로 2년간 더 준비해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또 금융위원회와의 협의를 거쳐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손실 이월공제를 국내 시장에서도 3개년간 허용하는 제도 개선에도 나서기로 했다. 손실 이월공제는 일정 기간 발생한 손실을 이후 과세기간의 소득과 상계할 수 있도록 이월해 주는 제도다. 가상자산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감안해 과세체계에 도입해야 한다는 업계 의견을 수렴한 것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 가상자산 업계는 반색했다. 해외 거래소로의 자금 이탈 우려를 덜고, 과세 기준·인프라 구축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과세 관련 제도 미비로 인한 형평성 문제 등 업계가 우려했던 부분이 잘 받아들여진 것 같아 다행”이라며 “남은 기간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입법) 제정과 국외 소득 과세 시스템 마련 등 과제를 해결해야 공정한 과세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과세가 시행됐다면 가상자산 투자심리가 더 위축되는 것은 물론, 국내 투자자금의 상당 부분이 외국으로 향했을 것”이라며 “이번 과세 유예가 업황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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