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등 수차례 전조증상에도
검찰, 넉 달 전 구속영장 반려
警은 고위험군 안전조치 미흡
스토킹 범죄 이력으로 전자발찌를 찼던 60대 남성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뗀 지 2주 만에 전 연인을 살해했다. 경찰은 넉 달 전 해당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당시 검찰(현 공소청)은 영장을 반려했다. 폐암 4기로 그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남성은 관계성 범죄 ‘A등급’ 관리 대상이었지만 경찰은 추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여러 차례 전조증상이 있었음에도 검경의 안일한 대처로 비극이 되풀이된 것이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5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주거지에서 60대 남성 A씨를 살인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6시40분쯤 70대 여성 B씨에 대한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휴대전화 위치 정보와 과거 신고 이력 등을 토대로 B씨와 연인관계에 있던 A씨의 주거지를 확인했다. 그곳에서 사망한 B씨와 의식불명 상태인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넉 달 전 A씨에 대해 폭행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A씨가 폐암 4기로 기대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에 경찰은 A씨를 폭행, 절도,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이 사건 전 A씨와 관련해 총 4건의 신고를 접수했다. 은평서는 2024년 9월과 올해 6월 각각 “A씨가 쫓아온다” 등의 신고를 접수해 현장을 확인했으나 단순 말다툼 등으로 확인, 현장에서 분리조치했다.
올해 6월 남대문서도 “A씨가 직장 인근에서 기다린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B씨에게 스마트 워치를 지급했다. 경찰은 전자발찌 부착도 신청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잠정조치 1호(서면경고)와 2호(접근금지), 3호(전기통신 접근금지)만 이뤄졌다.
하지만 A씨는 7월18일 B씨 주거지까지 따라가 폭행하는 등 잠정조치를 위반했다.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과 함께 구치소 유치, 전자발찌 부착 등 추가 조치를 했다. A씨는 7월23일∼8월22일 한 달간 구치소에 유치됐고, 구치소 석방 후부터 지난달 22일까지는 전자발찌를 찼다.
A씨는 경찰의 관계성 범죄 전수조사 대상이지만 경찰은 27차례 모니터링 결과 특이점이 없고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가 잠정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청은 최근 스토킹과 가정폭력 등 관계성 범죄가 잇따르자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관계성 범죄 4만여건을 전수조사하고, 고위험 가해자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신청하거나 유치장에 격리하는 등 조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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