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워싱턴/ 론 처노/ 이재득 옮김/ 21세기북스/ 8만9900원
위대한 지도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의 삶은 타고난 영웅보다 끊임없이 자신을 다스린 인간의 힘을 보여준다. 미국의 대표적 역사 전기작가 론 처노의 ‘조지 워싱턴’은 독립전쟁의 영웅이자 미국 초대 대통령이라는 신화 뒤에 가려진 한 인간의 결핍과 욕망, 고뇌를 생생하게 복원한 전기다.
워싱턴은 명문가 출신도, 뛰어난 지식인도 아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다. 평생 지적 열등감을 안고 살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기 단련에 매달렸다. 17세 무렵 예절 지침서 110개 조항을 직접 필사하며 언행을 가다듬었고, 스토아철학을 통해 감정을 통제하는 법을 익혔다. 타고난 혈기와 거친 성정을 다스리며 쌓은 자기 절제는 훗날 그의 가장 강력한 리더십 자산이 됐다.
그에게도 사랑과 욕망은 있었다. 청년 시절 친구의 아내 샐리 페어팩스에게 깊은 연정을 품고 마음을 고백했다. 그러나 사적인 감정보다 우정과 명예를 지키는 쪽을 택했다. 워싱턴의 침착함은 타고난 기질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다스리며 스스로 만들어낸 품성이었다.
1775년 대륙군 총사령관에 오른 그가 마주한 현실은 참담했다. 훈련도 부족하고 무기와 화약도 모자란 병사들로 세계 최강 영국군에 맞서야 했다. 밸리포지의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 질병으로 병사들이 쓰러졌고 내부에서는 그를 축출하려는 정치적 음모까지 벌어졌다. 그는 불리한 전황과 내부의 시기 속에서도 인내와 원칙으로 군대를 결속시키고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독립 이후 초대 대통령이 된 워싱턴은 제퍼슨과 해밀턴의 대립 속에서 균형을 잡으며 신생 공화국의 기틀을 세웠다. 그러나 그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권력을 대하는 태도다. 독립전쟁 승리 후 왕이 되라는 유혹을 거부하고 고향으로 돌아갔으며, 대통령직도 두 차례 임기를 마친 뒤 스스로 물러났다. 권력을 쥐는 것보다 내려놓는 일이 더 어려운 시대에 권력이 개인의 소유물이 아님을 행동으로 증명한 것이다.
그런 그도 완전한 영웅은 아니었다. 대농장주로서 수백 명의 노예를 소유했고 노예제의 모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결점 없는 위인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다스리고 권력의 한계를 지킨 인간, 그것이 이 책이 복원한 조지 워싱턴의 참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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