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11일 다큐멘터리 ‘1984 최동원’이 개봉했다. 굳이 11월11일이란 날짜를 택한 것은 프로야구 선수 최동원(1958∼2011)의 현역 선수 시절 등번호가 11번이었기 때문이다. 고인의 ‘친정‘이라고 할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구단은 오늘날 최동원을 기리는 의미에서 등번호 11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한 바 있다. 고인의 모친 김정자(92)씨는 몇 해 전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도 걷다가 주차장이나 땅바닥에 ‘11’이란 숫자가 새겨져 있으면 그냥 우회한다고 밝혔다. “내 아들을 밟는 것 같아서 괜히 미안하다”는 것이 이유다.
롯데의 첫 프로야구 우승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 시리즈 대결을 앞둔 롯데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총 7차례 경기 중) 1, 3 , 5, 7차전에 최동원을 투입해 이기겠다”고 밝혔다. 요즘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하지만 최동원은 “감독님 알았심더, 한번 해보입시더”라고 흔쾌히 동의했다. 실제로 그해 7전4선승제 한국 시리즈에서 최동원은 투수로 총 5경기에 출전해 4승을 거머쥐며 롯데 우승의 견인차가 되었다. 힌국 프로야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기록이다. 괜히 ‘무쇠팔 최동원’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최동원의 명성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윤석열정부 시절인 2022년 8월 당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가 부산 방문 기간 도중 사직구장에 ‘깜짝’ 등장했다. 야구 팬으로 유명한 골드버그 대사는 사직구장 앞에 세워진 최동원 동상에 경의를 표했다. 2025년 11월 당시만 해도 한화 이글스 투수이던 미국인 코디 폰세(32)가 최동원을 기리는 ‘최동원상(賞)’ 수상자로 선정됐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복귀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와중에도 부산으로 달려간 폰세는 최동원에게 찬사를 바치며 “위대한 투수 최동원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회장 유승민)가 4일 최동원을 ‘2026년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은 대한체육회가 근현대 스포츠 역사를 빛낸 전설적 영웅을 선정해 기념하는 사업으로 2011년 재정됐다. 앞서 하형주(유도), 남승룡(마라톤), 이봉주(마라톤), 조오련(수영), 엄홍길(등산), 김진호(양궁), 김일(프로레슬링), 차범근(축구), 김연아(피겨스케이팅, 양정모(레슬링), 서윤복(마라톤) 그리고 손기정(마라톤)이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야구 선수가 스포츠 영웅에 오른 것은 이번 최동원이 처음이다. 고인의 모친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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