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주택가격지수 8개월 새 7.7%↓
브리즈번 등 주요 도시 잇따라 떨어져
“40년 만의 최대 하락세 경로” 진단도
캐나다, 급락은 피했지만 침체 장기화
주담대 금리 5~6%대… 대출 부담 커져
금리인상 기조 다른 나라도 예의주시
2021년 세계 자산시장은 뜨거웠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각국의 양적 완화와 경기부양책으로 주식과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고, 부동산도 예외가 아니었다. 호주와 캐나다는 그 폭등의 한복판에 있던 대표적인 국가다. 상승세가 워낙 강렬해 부동산 가격이 영원히 오를 것이라는 믿음까지 생겨났다. 호주의 한 언론은 “부동산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이 추세가 당분간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썼고, 캐나다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 집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로부터 5년 후인 2026년 11월, 두 나라 부동산 시장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영원히 오를 것’이라고 믿었던 집값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대 초저금리와 유동성 확대에 따른 자산시장 급등을 경험한 선진국 가운데서도 주택가격 하락세가 유독 두드러지면서 두 나라에 관심과 우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2025년 이후 본격화된 고금리 환경이 보낸 청구서가 호주와 캐나다에 가장 먼저 도착했을 뿐이라는 푸념까지 나온다.
◆급락세 호주, 길고 깊은 하락세 캐나다
동일하게 하락 지표를 찍고 있지만 두 나라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호주의 경우 올해 들어 시작된 갑작스러운 하락세가 눈에 띈다. 호주 민간 부동산 리서치기업 HTAG 애널리틱스가 2010년 1월을 기준 수치 100으로 설정해 산출한 시드니 광역권 주택가격 지수는 올해 2월만 해도 249.0으로, 2023년 이후 이어진 꾸준한 주택가격 상승세를 보여줬다. 그러나 이후 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달 31일 발표된 10월 잠정치 지수는 229.8에 이르렀다. 불과 8개월 만에 약 7.7% 하락한 것이다.
이는 시드니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락세는 브리즈번과 퍼스 등 다른 주요 도시로도 확산하고 있다. 코먼웰스은행에 따르면 브리즈번은 10월에만 2% 하락해 5월 최고치 대비 8.3%, 퍼스는 4월 최고치 대비 8.9% 낮아졌다. 아예 추세가 바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호주 부동산 리서치기업 코탈리티의 수석연구원 제라드 버그는 “호주 부동산 시장은 이미 40년 만의 최대 하락세로 이어질 경로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캐나다는 최근 하락세가 호주만큼 강렬하지는 않지만, 대신 더 길고 깊다. 캐나다부동산협회(CREA)가 2005년 1월을 기준치 100으로 설정해 산출한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 광역권의 주택가격 지수는 지난 9월 말 279.3을 기록했다. 1년3개월 전인 2025년 6월의 295.8과 비교하면 약 5.6% 하락한 수치다. 토론토 부동산 가격의 역대 최고점은 2022년 3월로, 당시 지수는 360.4에 달했다. 이후 장기간 하락과 반등을 거치며 4년을 보냈다. 그 결과 역대 최고치 대비 약 22.5% 하락했다.
캐나다 역시 가격 하락 압력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토론토 외에도 밴쿠버, 빅토리아, 해밀턴 등 주요 도시에서 뚜렷한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토론토나 밴쿠버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택가격이 낮았던 몬트리올은 아직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곳 역시 시장의 열기가 식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나다의 경우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향후 주택가격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캐나다 부동산 리서치기업 RPS와히의 경제학자 라이언 매클로플린은 “최대 무역 파트너인 미국과의 긴장 관계로 인해 이제 가격이 저렴한 소규모 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금리의 역습, 무너진 시장
이들 국가의 주택가격을 끌어내린 요소로는 단연 ‘금리’가 손꼽힌다. 2022년 초까지 자산 가격을 이끌었던 초저금리 환경이 사라지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6% 안팎에 이르는 고금리 환경으로 바뀐 여파라는 것이다. 특히 변동금리나 3∼5년 단위로 금리를 고정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일반적인 금융환경은 충격을 키웠다.
호주는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변동금리 대출의 비중이 높은 국가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만큼 기준금리 인상은 기존 차주의 상환 부담으로 비교적 빠르게 이어진다. 호주는 이미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호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렸던 2022년 한 차례 주택가격 급락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낮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며 주택가격은 다시 오름세를 탔다. 올해의 하락은 금리 인상으로 대출 여력이 더욱 줄어든 데다, 시장이 기대했던 금리 인하마저 멀어지면서 하락 압력이 커진 결과다. 호주 중앙은행은 2월부터 다섯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해 기존 3.60%에서 4.85%까지 끌어올렸다. 호주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에스테이트닷컴의 수석경제학자 엘리너 크리그는 “수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이제 구매자가 더 많은 협상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캐나다는 호주처럼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절대적이지는 않은 대신, 5년 안팎의 기간 금리를 고정하고 만기 때 재조정하는 대출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이 과정에서 신규 대출금리가 높아지면서 시장의 신규 매수 수요가 위축되고 하락세가 이어졌다. 캐나다의 경우 이런 대출 환경으로 인해 아직 부담이 더 남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21∼2022년 초저금리 상황에서 체결된 대출이 본격적으로 5년 만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지난 5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향후 12개월 동안 팬데믹 기간에 체결된 5년 고정 상환액 방식의 주택담보대출 중 마지막 물량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라며 “이는 캐나다 전체 미상환 주택담보대출의 약 12%를 차지하며, 차입자의 상환액은 평균 약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예외 없는 가혹한 청구서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충격은 호주와 캐나다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중동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다시 상승하면서 세계 주요국의 물가 불안이 커지고 있어서다.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방침을 철회하거나 오히려 인상에 나서는 등 통화정책의 방향을 재검토하고 있다.
변동금리나 기간고정 금리 방식이 아니라 장기간 금리를 고정하는 대출이 주류인 국가라고 해도 금리 인상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기존 차주의 상환 부담이 당장 늘어나지 않더라도 신규 구매자의 대출 여력 감소와 주택 거래 위축 등 파생효과가 결국 시장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호주, 캐나다와 달리 30년 만기 고정금리 방식의 주택담보대출이 주류를 이루는 미국에서도 이러한 간접적인 충격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주택 거래가 극심하게 얼어붙는 이른바 ‘록인 효과’다. 저금리 시절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집주인들이 집을 팔고 이사할 경우 기존의 낮은 금리를 포기하고 더 높은 금리로 새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매도를 미루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매물 부족으로 집값을 지탱하는 한편, 거래량을 크게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팬데믹 시기 2∼3%대 금리로 대출을 받은 주택 소유자들이 6∼7%에 이르는 금리 부담 때문에 이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높은 주택가격 부담까지 겹치면서 미국의 기존주택 거래량은 2024년과 2025년 연간 약 406만건에 머물렀다. 1995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 주택시장의 유동성과 가격 형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현재와 같이 주택 구매에서 대출의 역할이 큰 환경에서 금리 인상의 충격을 피할 수 있는 주택시장은 없다는 평가다. 이에 캐나다 중앙은행의 캐럴린 로저스 수석부총재는 지난 10월 연설을 통해 “주택가격이 높고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클수록 금리는 주택시장을 통해 강력하면서도 불균등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을 살 때 대출을 많이 동원했다면 어느 나라의 누구에게라도 가혹한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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