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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엄마의 장례를 미리 치른다… 강보름 신작 ‘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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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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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헬프 HELP’, 11월 25일부터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서 공연

살아 있는 엄마의 장례식을 미리 치른다. 딸은 언젠가 닥칠 이별을 준비하려 하지만 엄마를 떠나보내는 일보다 먼저 마주해야 할 것은 두 사람 사이에 쌓인 복잡한 감정이다. 엄마를 돕고 싶으면서도 엄마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만 자신을 지키고 싶은 마음. 연극 ‘헬프 HELP’는 이러한 모순적인 감정에서 출발한다.

 

두산아트센터는 2024년 두산연강예술상 공연예술부문 수상자 강보름의 신작 ‘헬프 HELP’를 25일부터 12월 1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선보인다.

작품의 출발점은 연출가 자신의 삶이다. 강보름은 평생 버겁게 느껴졌던 엄마 진효순의 장례를 상상한다. 그리고 실제 엄마와 네 명의 동료 배우를 극장으로 불러 모은다. 장례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딸이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과 엄마가 직접 들려주는 자신의 삶이 교차한다.

 

오랫동안 남편을 간병했던 엄마는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정작 엄마에게 필요한 도움은 무엇이었을까. 딸이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일까. 공연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돌봄의 책임과 의존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실제 모녀가 무대에 오른다는 점도 흥미롭다. 진효순은 딸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엄마에 머무르지 않고 자기 삶을 이야기하며 장면을 함께 만드는 공동창작자로 참여한다. 강보름 역시 연출가이면서 동시에 엄마와의 관계를 돌아보는 딸로 무대에 선다.

 

무대 형식은 뜻밖에도 버라이어티 쇼다. 장례 절차 사이로 노래와 대화, 신체 움직임을 엮는다. 엄숙한 장례식과 유쾌한 쇼라는 이질적인 형식을 충돌시켜 돌봄과 이별을 둘러싼 여러 감정을 드러내려는 시도다.

 

강보름은 여성과 노동, 이주, 장애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무대에 옮겨온 창작자다. 다큐멘터리와 판소리, 전시 등을 연극에 결합하는 작업으로 주목받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과 가족의 사적인 경험을 공동창작으로 확장한다.

 

공연 제목 ‘헬프’는 에리히 프롬이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설명한 ‘매직 헬퍼’ 개념에서 가져왔다.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삶에서 자신을 구원해 줄 존재를 찾는 심리다. 작품은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사람과 도움을 제공해야 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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