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뒷받침해온 대규모 차입 자금 조달에 제동이 걸리면서 'AI 부채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이 확산하고 있다. 주요 개발사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본 지출이 급증하는 반면, 조달 금리가 급등하고 투자 수요는 위축되는 등 자금 경색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3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은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앤트로픽의 신용등급이 상장 이후 투자적격등급이 아닌 투기등급(정크 등급)인 'BB' 구간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투자자들에게 전달했다.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제한될 경우 자금 조달 통로는 급격히 좁아진다. 채권 시장의 핵심 큰손인 글로벌 연기금과 보험사 등은 내부 운용 규정상 투자적격(BBB- 이상) 미만의 회사채 매입을 제한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10% 안팎까지 치솟은 조달 금리 부담이 가중돼 향후 추가 유동성 확보에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앤트로픽이 공시한 서류에 따르면 대규모 컴퓨팅 자원 확보를 위한 장기 구매약정 부담이 보유 현금성 자산을 크게 웃도는 등 공격적인 선제 지출로 인해 조기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경쟁사인 오픈AI 역시 시장 유동성 축소로 자금 조달 목표치를 조정하는 등 인프라 확장을 위한 자금 수혈이 과거보다 한층 빡빡해진 양상이다.
이 같은 조달 여건 악화는 빅테크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동시다발적인 회사채 발행 러시가 맞물린 결과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주요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증설을 위해 발행한 채권 물량이 시장에 대거 쏟아지며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막대한 설비투자(CapEx) 대비 단기 현금흐름 둔화 우려가 겹치며 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도 확대됐다.
특히 AI 생태계의 취약 고리로 꼽히는 네오클라우드(AI 특화 클라우드 제공사)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AI 가속기를 담보로 사모대출과 채권을 대거 일으킨 코어위브 등은 유통 시장에서 회사채 수익률이 연 15% 안팎까지 급등하며 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등 극심한 조달 비용 압박에 직면했다.
월가와 신용평가업계는 AI 기술의 잠재력과 별개로 '천문학적인 인프라 차입금 만기'와 '실제 매출 창출 시점' 간의 불일치가 신용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기의 차입 주도형 인프라 경쟁은 한계에 다다랐다"며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고비용 부채 구조를 지닌 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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