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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는 없었다…파업 막아낸 경기버스 밤샘 협상장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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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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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道 전략적 선택…도지사 등 직접 개입보다 ‘실용적 양보’ 유도
秋, ‘타결 기념촬영’ 등 빠져…경기도, 1조2000억 ‘공공관리제’ 불투명
30일 새벽 2시32분 합의 도출…시급 3.2% 인상, 주 2일 고정 휴무 합의
11시간 마라톤협상 끝 극적 타결…도내 29개 업체 4130대 정상 운행

30일 새벽 2시32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장. 연장 시한인 오전 3시를 불과 20여분 앞두고 노사 대표가 서명한 합의서가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회의장을 채웠던 깊은 침묵과 중압감이 비로소 해소되던 순간이었다. 전날 오후 3시부터 무려 11시간 넘게 이어진 밤샘 마라톤협상이 가져온 결실이었다.

 

경기도의 한 차고지에 시내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의 한 차고지에 시내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협상장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달랐다. ‘강 대 강’ 대치로 파업까지 치달을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매년 협상안을 들고 찍던 기념촬영에선 경기도지사 등 도 관계자들이 빠졌다. 노사 양측과 조정위원들만 촬영에 나섰을 뿐이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도의 ‘전략적 선택’이든 버스 예산 삭감에 따른 ‘후폭풍’이든 낯선 장면이 연출된 셈이다.

 

◆치열함 돋보인 ‘상생의 타협’…출근길 대란 피해

 

올해도 버스 노사 간 협상은 명분과 실리를 앞세워 초반부터 상대를 압박하는 유혈전 양상을 띠었다. 다만, 협상 테이블을 지배한 기류는 도의 엄혹한 재정 현실과 도민 불편을 고려한 ‘실용적 타협’이었다.

 

3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경기지역 버스업체 노사 최종 조정회의에서 노사 양측과 조정위원들이 협상을 타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경기지역 버스업체 노사 최종 조정회의에서 노사 양측과 조정위원들이 협상을 타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총파업 갈림길에 섰던 노사가 극적 합의안을 도출하기까지 과정은 예년과 분명 차이가 났다. 정회와 연장을 거듭하며 긴 진통을 겪던 노사는 도의 ‘재정 투입’이란 막판 단골 메뉴 없이 수도권 출근길 교통 대란을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노사 합의에 따라 노조는 총파업 철회를 선언했다. 이로써 수원, 용인, 고양, 성남 등 도내 29개 업체 소속 시내·광역버스 4130대(854개 노선)가 첫차부터 평소대로 운행을 시작했다. 서울과 경기도를 잇는 핵심 노선인 광역버스 942대도 차질 없이 가동되면서 우려했던 수도권 출근길 대란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해법은 준공영제(공공관리제)와 민영제 노선 모두 올해 시급을 3.2% 인상하고, 소급분은 내년 2월 말까지 지급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노동자의 건강권 및 휴식권 보장을 위해 △주 2일 이틀 연속 고정 휴무제 도입 △전 조합원 독감 예방접종 실시 △연간 무사고 운전자 유급 포상휴가 3일 부여 등에 합의했다.

 

당초 노사 간 격차는 아득해 보였다. 노조는 과거 노사정 합의인 ‘2026년 1월 1일 서울 버스 동일임금 적용’과 최근 서울 버스 통상임금 소송 판결을 근거로 준공영제 21.56%, 민영제 30%의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경기도의 세수 부족 및 환승 할인·보조금 예산 감액 등 가용재원 급감을 이유로 ‘임금 동결’을 고수하며 맞섰다.

 

경기지역 버스노조 총파업 예고일을 하루 앞둔 29일 경기 수원시의 한 버스정류장 전광판에 버스 파업 안내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경기지역 버스노조 총파업 예고일을 하루 앞둔 29일 경기 수원시의 한 버스정류장 전광판에 버스 파업 안내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노조의 결단…엉킨 실타래 풀어

 

교섭의 물꼬를 튼 건 노조의 결단이었다. 결국 도의 심각한 재정난을 감안해 당장의 무리한 임금 인상 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향후 서울 버스 통상임금 이슈가 정리되는 시점에 동일임금 수준으로 조율하겠다는 사측과 경기도의 약속을 수용하는 대안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김포시의 한 운수회사는 노사가 최종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상호 신뢰 등을 토대로 조기 타결하거나 위원회가 사후 조정을 권고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협상은 노조가 거창한 구호 대신 도민의 발을 묶지 않는 실리적 타협을 택하고, 사측이 현장 운수종사자의 노동환경 개선 조치로 응답하면서 도출된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추미애 경기지사. 경기도 제공
추미애 경기지사. 경기도 제공

노조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 임금 격차 해소를 한 번에 이루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도의 어려운 재정 여건을 고려해 노조가 한발 물러섰고, 도와 사측도 서울 동일임금 이행에 대해 진정성 있는 약속을 해 합의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다만, 후속 이행을 위해선 도 차원의 담보가 필요하지만, 재정난에 시달리는 도는 사실상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앞서 도는 이달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버스 보조금·환승 할인 예산 114억원을 삭감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는 더 암울해 보인다. 내년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예산이 사실상 ‘반쪽’ 편성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노조가 주장하는 공공관리제 확대는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공관리제 전면 도입에는 매년 약 1조2000억원 상당의 도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3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 용남지부에서 조합원들이 파업 찬반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3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 용남지부에서 조합원들이 파업 찬반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결단에 감사”…구조적 격차 해소는 과제로

 

이날 추매 경기도지사의 행보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예년처럼 협상장 밖에서 대기하며 타결을 유도하진 못했으나, 도의 재정 현실을 고려해 버스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쪽으로 설계하는 데 동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형식적 기념촬영은 이뤄지지 않았다.

 

추 지사는 타결 직후 “도민의 일상과 안전한 출퇴근길을 위해 결단을 내려준 노사 양측에 감사드린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이번 협상은 서울과 경기 버스 노동자 간의 구조적 임금 격차 해소라는 본질적 과제를 남겼다. 파업 위기는 넘어섰으나 준공영제 전환 속도와 재정 지원 구조의 근본적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임금 격차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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