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 야구 감독은 어렵다. 늘 선택의 연속에 놓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선택 하나에 팀 승리가 왔다갔다 한다. 데이터를 맹신하기도, 그렇다고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결과론이다. 승리하면 ‘절대선’이 되고, 패배 시에는 온갖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KIA 이범호 감독의 ‘2번 김호령 카드’가 딱 그 예다.
지난 29일 전남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KIA의 2026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5전3승제) 3차전. 이범호 감독은 이날 2번 타자로 중견수 김호령을 냈다.
언뜻 보기엔 이해하기 힘든 카드다. 김호령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13홈런을 때려냈다.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이었다. 다만 볼넷을 35개 얻어내는 동안 삼진을 무려 156개나 당할 정도로 컨택트 능력에는 영 재능이 없다. 출루율 0.312는 규정 타석을 채운 49명 중 꼴찌였다.
그렇다고 가을 야구 들어와서 좋았느냐? 그것도 아니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선 타율 0.286(7타수 2안타)으로 나름 선방했지만, 삼진도 3개였다. 지난 27일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타석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그럼에도 이범호 감독이 이날 김호령을 2번 타자로 내세운 이유는 딱 하나. 이날 삼성 선발로 나선 최원태를 상대로 4타수 2안타로 강했다는 것이다. 4타수 2안타, 5할 타율이다. 다만 이걸 맹신하기엔 표본이 너무 적다. 어쨌든 이범호 감독은 상대 전적이라는 표본이 적은, 그다지 신뢰하기 힘든 데이터를 믿고 김호령을 2번 타자로 내세웠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이날 김호령은 4타석에 들어서서 4삼진을 당했다. 방망이에 공을 맞혀 인플레이 타구를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밥상을 차려야 할 ‘테이블 세터’인데, 이날은 ‘테이블 쉼터’였다.
KIA의 플레이오프 들어 가장 큰 고민은 테이블 세터다. 중심타선의 김도영-카스트로-나성범은 잘 치고 있는데, 이들 앞에서 찬스를 만들어줘야 할 1,2번 타자들이 밥상을 차리기는커녕 밥상을 엎어버리고 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선 1,2번으로 나선 박정우와 박재현이 5타수 무안타,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나마 1차전은 이겼으니 이들의 침묵이 가려지긴 했다.
2차전에선 박재현, 이호연으로 다르게 들고나왔다. 이호현이 2번에 배치된 것도 삼성 선발 후라도에게 강했다는 이유였지만, 박재현 4타수 1안타, 이호연 2타수 무안타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3차전도 박재현이 5타수 1안타, 김호령이 4타수 무안타 4삼진으로 침묵했다. 테이블 세터가 테이블 쉼터가 됐으니 KIA의 공격은 김도영부터 시작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범호 감독은 30일 열리는 4차전에선 어떤 해법을 들고나올까. 김도영 2번 전진 배치 등의 파격을 들고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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