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 전 만요슈 노래와 학 전승이 남은 후쿠오카현의 두 온천 25일 재개장
일본 후쿠오카 여행 일정에 온천을 넣고 싶다면 오이타현 벳푸나 유후인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하카타역에서 열차로 20분쯤이면 1300년 넘게 이어 온 후쓰카이치(二日市) 온천에 닿는다.
후쓰카이치 온천과 지쿠고(筑後)강 강가의 하라즈루(原鶴) 온천은 모두 학과 얽힌 이야기를 품고 있다. 후쓰카이치에서는 아내를 잃은 시인이 학 울음을 노래했고, 하라즈루라는 이름은 강가에서 몸을 씻던 학에게서 나왔다고 전해진다.
30일 일본관광청, 후쿠오카현 관광연맹 등에 따르면 후쓰카이치 온천은 후쿠오카현 지쿠시노(筑紫野)시 유마치(湯町)에 있다. JR 가고시마본선 후쓰카이치역에서 걸어서 10분쯤 걸리고, 차로는 규슈자동차도 지쿠시노 나들목에서 5분 거리다.
◆ 아내 잃은 시인이 들은 학 울음
후쓰카이치 온천은 8세기에 엮은 일본의 옛 시가집 ‘만요슈(万葉集)’에 등장하는 온천이다. 옛 이름은 스이타(次田) 온천이다.
나라시대 가인 오토모노 다비토(大伴旅人·665∼731)는 이 온천에 묵으며 학이 우는 소리를 듣고 노래를 남겼다.
일본 국립국회도서관이 문학 속 온천을 소개하며 실은 이 노래는 ‘온천 들판에서 우는 학은 나처럼 아내가 그리워서인가, 때를 가리지 않고 우는구나’라는 뜻이다.
노래에는 사연이 있다. 다비토는 규슈 다자이후(大宰府)에 머물던 시절 아내를 잃었다. 만요슈 연구자인 우에노 마코토(上野誠)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오토모노 다비토는 이 온천에서 그 상심을 달랜 듯하다”고 썼다.
1300년이 지난 지금 온천 거리에는 근대 문인의 흔적도 남아 있다. 공중탕 고젠유 곁 돌비석에는 온천 마을의 들뜬 풍경을 읊은 하이쿠와 함께 ‘漱石’이라는 서명이 새겨져 있다.
◆ 번주가 드나든 공중탕, 새 단장 마치고 다시 문 열어
에도시대에는 후쿠오카번을 다스린 구로다(黒田) 가문의 번주가 이 온천을 이용했다. 공중탕 ‘고젠유(御前湯)’라는 이름도 구로다 번주가 쓰던 탕의 이름에서 따왔다.
고젠유는 리뉴얼 공사로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문을 닫았다가 지난 25일 다시 열었다. 1층은 욕장, 2층은 휴게실이다. 입욕료는 어른 250엔, 어린이 130엔이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접수는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후쿠오카현 관광연맹은 이곳 온천수를 은은한 유황 향이 나는 알칼리성 단순천으로, 피부를 매끄럽게 하는 ‘미인의 탕’으로 소개한다. 일대에는 당일 입욕 시설과 오래된 료칸이 모여 있고, 다자이후텐만구도 가깝다.
◆ 학이 몸 씻던 강가에 노천탕이 줄지어
하라즈루 온천은 후쿠오카현 아사쿠라(朝倉)시, 지쿠고강 중류의 논밭 사이 강가에 자리 잡았다. 후쿠오카현은 하라즈루를 “옛날 지쿠고강 강가에서 학이 몸을 씻는 것을 마을 사람이 발견해 붙은 이름”이라고 소개한다.
물은 두 갈래다. 오래된 각질을 벗겨 내는 약알칼리성 단순천과 유황천을 함께 지녀 현지에서는 ‘더블 미인의 탕’으로 부른다.
강을 따라 늘어선 숙소들은 저마다 노천탕을 갖췄다. 롯포칸(六峰舘)은 지쿠고강과 미노(耳納) 산지를 내려다보는 전망 정원 노천탕으로 이름났고, 다이센카쿠(泰泉閣)에는 반노천 바위탕이 있다.
여름 한철에는 지쿠고강에서 길들인 가마우지로 은어를 잡는 전통 어로 ‘우카이(鵜飼)’가 열린다. 온천까지는 JR 규다이본선 지쿠고요시이(筑後吉井)역이나 오이타자동차도 하키(杷木) 나들목에서 차로 10분쯤 걸린다.
◆ ‘더블 미인의 탕’, 두 물은 어떻게 다를까
후쓰카이치와 하라즈루에서 솟는 단순천은 일본 환경성 분류로 물 1㎏에 녹은 성분이 1000㎎에 못 미치고, 솟을 때 온도가 25도 이상인 온천이다. 성분이 옅은 만큼 환경성은 단순천을 “자극이 순하다”고 소개한다.
물의 성질은 수소이온농도(pH)로 가른다. 환경성 ‘광천 분석법 지침’은 pH 7.5 이상 8.5 미만을 약알칼리성, 8.5 이상을 알칼리성으로 나눈다. 후쓰카이치는 알칼리성 단순천, 하라즈루는 약알칼리성 단순천이다.
환경성은 단순천의 목욕 적응증으로 자율신경 불안정증과 불면증, 우울 상태를 꼽는다. 여기에 요양 온천이면 물의 종류와 상관없이 붙는 근육·관절의 만성 통증, 냉증, 피로 회복 같은 일반 적응증이 더해진다.
유황천은 물 1㎏에 유황 성분이 2㎎ 이상 든 온천이다. 환경성은 유황천이 “살균력이 강해 피부 표면의 세균과 아토피 원인 물질을 없앤다”며 아토피성 피부염과 심상성 건선, 만성 습진, 표피 화농증을 적응증으로 든다.
다만 유황천은 누구에게나 맞는 물이 아니다. 환경성은 피부나 점막이 예민한 사람과 피부건조증이 있는 고령자는 유황천에 들어가지 말라고 안내한다. 도쿄도의 온천 이용 안내도 피부가 약한 사람은 유황천처럼 자극이 강한 물에서 나온 뒤 몸에 남은 온천 성분을 따뜻한 물로 씻어 내는 편이 낫다고 권한다.
◆ 온천 뒤 단풍 구경은 11월 중순부터
한편 하라즈루 온천 일대는 가을이면 단풍과 함께 감 따기 철을 맞는다. 온천에 단풍 구경까지 더하려면 일정을 11월 중순 이후로 잡는 게 좋다. 후쿠오카현 관광연맹이 안내하는 두 온천 근처 단풍 명소의 올해 절정이 11월 중순부터 12월 상순 사이에 몰려 있어서다. 절정 시기는 날씨에 따라 앞뒤로 달라질 수 있다.
하라즈루와 같은 아사쿠라시에는 ‘지쿠젠(筑前)의 작은 교토’로 불리는 옛 성하마을 아키즈키(秋月)가 있다. 아키즈키성터의 성문 ‘구로몬(黒門)’ 주변 단풍나무가 이름났고, 검은 문을 지나 물든 단풍 아래 돌계단을 오르면 스이요(垂裕)신사에 닿는다.
관광연맹은 올해 아키즈키 단풍의 절정을 11월 하순부터 12월 상순으로 안내한다. 하라즈루에서는 하키 나들목으로 오이타자동차도에 올라 아마기(甘木) 나들목에서 내린 뒤 차로 20분쯤 더 가면 되고, 근처에 유료 주차장이 있다. 대중교통은 아마기관광버스를 타고 ‘하쿠부쓰칸마에(博物館前)’ 정류장에서 내려 6분쯤 걷는다.
후쓰카이치 쪽에서는 다자이후의 호만구 가마도(竈門)신사가 단풍 명소다.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등 낙엽수 300그루가량이 물들고, 절정은 11월 중순부터 하순이다. 이 기간에는 해가 진 뒤부터 오후 9시까지 조명을 밝혀 저녁에 들러도 단풍을 볼 수 있다. 다자이후시 커뮤니티버스 ‘마호로바호’를 타고 ‘우치야마(内山)’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이고, 니시테쓰 다자이후역에서 걸으면 40분쯤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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