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업장 대상 단계적 시행
연금으로 자동 지급 도입 검토
전문운용사에 퇴직금 맡겨
“수익률 제고, 노후소득 보장”
수탁사 평가 수익률 중심 개편
비용 부담 어려운 중기엔 지원
연금공단 참여 여부 확정 안 돼
국회 논의 필요… 연내 통과 추진
정부가 2030년까지 모든 사업장에 퇴직급여 사외 적립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55세 이후 연금 수급이 가능한 시점에 일시금 수령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자동으로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지급하는 제도 도입도 검토한다.
고용노동부와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2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와의 당정 협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퇴직연금 기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모든 사업장에 퇴직급여 사외 적립을 의무화한다.
2028년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29년부터 10∼99인 사업장, 2030년부터 10인 미만 사업장까지 의무화된다. 사외 적립 의무는 각 단계 시행 시점 이후 발생하는 계속근로기간부터 적용된다. 이전 근속분의 퇴직급여 지급 의무는 유지하되 사외 적립을 소급해 의무화하지는 않는 것이다.
사외 적립이 부담되는 중소기업은 정부가 지원한다.
정부는 사외 적립을 조기에 도입하는 30인 미만 중소기업에 최저임금 130% 미만 근로자의 부담금 10%를 지원한다. 퇴직연금을 신규 도입하는 50인 미만 중소기업은 경영자금 융자 시 대출금리를 2%포인트 이차보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한 예산 1200억원이 내년도 노동부 예산안에 반영됐다.
노동자가 퇴직금을 중도인출하지 않고도 활용할 수 있도록 담보 대출상품도 만든다. 정부는 다양한 연금상품 출시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또 퇴직금 수령 단계에서 일시금으로 받겠다고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연금으로 지급하도록 한다. 연금 수령 유인을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분리과세 한도도 현행 12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높이고, 추가 세제지원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퇴직연금 제도 개선책의 궁극적 목표는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에 있다.
퇴직급여를 전문 수탁법인에 맡겨 대신 운용하도록 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500조원을 넘어섰지만 연간수익률은 6.47%로 국민연금(19.9%)과 견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수탁법인 설립 주체를 기준으로 ‘금융기관 개방형’, ‘연합형’, ‘공공기관 개방형’ 세 유형을 도입할 계획이다.
금융기관 개방형은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단독 또는 공동으로 영리형 수탁법인을 설립해 여러 사업장의 적립금을 운용한다. 연합형은 복수 사용자 또는 전국 단위 노사단체가 비영리 수탁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이고, 공공기관 개방형은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 등이 운용한다.
국민연금공단의 참여 방식과 범위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노사정과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국회 차원의 논의와 법 개정이 필요하다. 별도의 퇴직연금공단을 설립하는 방안도 이번 정부·여당 제출안에서 제외돼 향후 국회에서 추가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사실상 기금 운용기관이 국민의 노후 소득을 책임지게 되는 만큼 엄격한 인가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앞으로 수탁법인을 설립하려면 노사·전문가·정부 등이 참여하는 인가위원회 심의와 노동부 장관 인가를 받아야 한다. 금융기관 개방형의 최소자본금은 120억원이며, 내부통제 등을 맡을 총괄 인력 7명을 확보해야 한다. 자산을 직접 운용하려면 전문 인력 5~8명을 추가로 갖춰야 한다.
퇴직연금 사업자에 대한 평가 방식은 ‘수익률’ 중심으로 개편한다. 평가 결과도 투명하게 공개해 시장의 자율적인 선택을 유도할 방침이다. 다만 평가 결과가 저조하다는 이유로 등록을 해지하거나 인가를 취소하지는 않는다.
경영계는 영세 사업장의 부담을 고려해 정책의 단계적 시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은 이날 논평을 내고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는 사실상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치인 만큼 중소·영세 사업장의 재정 여건과 제도 운영 부담을 충분히 고려해 단계적 시행과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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