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상용 특수원전… 전례 없어
추가비용 부담 등 놓고 첨예 대립
한수원 “내년 7월 새 시공사 선정”
2018년 이후 양측 협력 중대 기로
원자로 설비 등 기존 계약은 무관
김정관 “협력체계 다시 점검할 것”
약 27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을 함께 추진해 온 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의 시공계약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공사비 산정 방식과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 계약조건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다. 한국형 원전의 유럽 진출을 위해 손잡았던 ‘팀코리아’ 내부에 균열이 생기면서 향후 사업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해외 원전 수주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수원은 29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체코 두코바니 원전 주설비공사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최근 15개월간 최고경영자(CEO) 면담 2회와 실무회의 78회, 이견조정위원회 11회 등을 진행했지만 주요 계약조건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향후 공사 물량이 늘어날 경우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어떻게 나눠 부담할 것인지를 놓고 입장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은 기본설계 단계에서 산출한 물량을 기준으로 공사금액을 확정하는 방식을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컨소시엄은 향후 상세설계 과정에서 공사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을 고려해 증가분에 대한 정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수원이 계약금액과 공사 단가를 낮춰달라고 요구한 것도 협상 과정에서 논란이 됐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린 데는 두코바니가 세계 최초로 상용 건설되는 특수 원전인 만큼, 공사 물량과 비용을 사전에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운 점이 작용했다. 두코바니 원전은 한국형 APR1000 노형이 처음 적용되는 사업으로, 기존에 동일한 노형으로 건설을 완료한 사례가 없어 상세설계와 실제 시공 과정에서 공사 물량이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양측은 추가 비용을 누가, 어느 정도까지 부담할 것인지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설계 변경으로 콘크리트나 철근, 배관 등의 물량이 늘어나더라도 계약금액이 고정됐다면 시공사가 추가 비용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컨소시엄은 이날 입장문에서 “기본설계 및 상세설계 과정에 전혀 관여할 수 없는 단순 시공 컨소시엄에 설계 변경에 따라 증가하는 공사 물량을 비용 변경 없이 높은 비율로 감당하라는 조건은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한수원은 공사비 총액을 확정하는 방식이 국내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사업에서도 적용됐고, 계약금액 감액 요구도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 등을 근거로 한 정당한 조치로 시공사에 부당하게 위험을 떠넘긴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양측은 계약조건 검토를 위한 시한을 놓고도 맞섰다. 컨소시엄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7일 변경된 계약안을 제시하며 29일까지 최종 입장을 요구했다. 컨소시엄은 검토 시간이 부족하다며 연말까지 협상 연장을 요청하고 계약금액을 낮춘 수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수원은 체코 발주사와의 신뢰 유지와 공사 지연 우려 등을 이유로 협상 종료를 결정했다. 이에 컨소시엄은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재협상을 촉구했다.
이로써 2018년부터 이어진 양측의 협력 관계는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한수원은 2018년 대우건설 컨소시엄을 체코 원전 시공협력사로 선정해 함께 수주를 추진했다. 이후 지난해 6월 체코 발주사와 본계약까지 체결했지만 정작 시공계약 과정에서 협력 관계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한수원은 기존 컨소시엄과의 공동협력협약 종료 절차에 착수하고 경쟁입찰을 통해 내년 7월까지 새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다만 기존 협상에서 쟁점이 됐던 공사비와 위험 분담 조건을 다시 조율해야 하는 만큼 진통이 예상된다. 기존 조건을 유지하면 새 시공사와도 갈등이 빚어질 수 있고, 조건을 변경하면 기존 컨소시엄과의 협상 결렬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시공계약 협상 결렬과 별개로 한수원은 한국전력기술과 종합설계용역 계약을, 두산에너빌리티와 원자로설비 및 터빈발전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상태여서 이들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주처에서 기존 컨소시엄사에도 재입찰 허용 방침을 밝힌 만큼 성실히 준비해 입찰에 참가하고 성공적인 사업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시공 계약 협상과는 별도로, 체코 신규 원전의 원자로 등 주기기 공급 계약은 지난해 12월 체결돼 정상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함께 체코 원전 수주를 이뤄낸 기업들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이라면서도 “프로젝트의 주요 일정을 맞추기 위해선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기에 신규 시공사 선정이 불가피하다는 한수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공사비 증가에 따른 위험 분담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협력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번 경험을 교훈 삼아 팀코리아의 협력체계를 다시 점검하고 더욱 단단히 다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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