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배우의 연기 변신이라 함은 얼굴의 분장을 일컫기도 한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디거’에서 톰 크루즈가 시도한 변신 역시 상당 부분 외적인 면에 기반한다. 톰 크루즈가 맡은 역할은 석유 재벌 디거 록웰로 이 캐릭터는 배우의 얼굴에 보철물을 부착해 원래의 얼굴 구조와 인상을 바꾸었다. 여기에 노화한 피부 표현과 하얗게 센 머리칼, 눈썹과 치아 분장으로 디거 록웰의 외형을 완성한다. 얼굴 각 부위를 개별적으로 변형하면서도 배우가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도록 설계한 물리적 분장이라는 점이 현대 영화에서 중요하지만 이 분장으로 인해 디거 록웰의 얼굴은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톰 크루즈의 얼굴과 다르게 낯설어진 것도 사실이다.
제임스 왓킨스 감독의 ‘클레이페이스’는 DC 코믹스의 빌런 클레이페이스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보여준다. 고담시에서 나고 자란 맷 헤이건(톰 리스 해리스)은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 나가며 승승장구한다. 그러다 악명 높은 조직의 보스가 맷의 얼굴을 처참하게 훼손시키고 과학자 케이틀린 코르(나오미 애키)는 인공지능 세포의 일종인 나노셀을 맷에게 주입해 치료한다. 문제는 인공지능 세포가 맷의 심상과 감정 변화에 따라 그의 얼굴을 변형시킨다는 점에 있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얼굴의 변화는 고정된 얼굴로 대중에 인식되어야 하는 스타에게 최악의 약점이면서 살인을 저지르는 복수의 화신에게 최상의 조건을 안겨준다.
발터 벤야민이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서 말하는 얼굴의 아우라는 그 얼굴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존재의 고유성과 시간성과 관계 맺는다. ‘디거’에서 관객이 목격하는 얼굴은 배우 톰 크루즈와 그 얼굴이 드러내는 할리우드 아이콘으로서의 아우라 대신 보철물을 세워 짜인 골격과 그 위에 덧씌워진 피부로 만들어진 디거 록웰의 얼굴이다. 이때 얼굴은 본래의 위엄을 잃고 뼈와 근육과 연골, 피부의 결합으로만 이루어진 결과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장르와 서사 안에서 간신히 성립하는 정서를 제외하면 디거 록웰의 얼굴은 부유하면서 수치를 모르는 추레한 노인의 표면적 기호를 끌어모은 집합과 같다.
반면 클레이페이스의 변신은 한 사람의 정신적 태도가 얼굴에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을 통해 그가 살아온 삶이나 내면을 짐작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래된 주제를 몸소 수행한다. ‘클레이페이스’에서의 얼굴은 감정과 욕망이 일어나는 족족 그것을 외부로 발설한다. 복수심은 그가 죽이고자 하는 대상으로 모습을 바꾸게 하고 사랑은 그가 끌어안고자 하는 대상으로 모습을 바꾸도록 만든다. ‘디거’의 얼굴은 한 사람을 증언하는 믿음에서 멀어지고 ‘클레이페이스’의 얼굴은 실제로 볼 수 없는 내면의 무엇과 지나치게 가까워진다. 우리는 얼굴에서 무엇을 보았다고 믿고 있을까.
유선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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