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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화가 이중섭의 삶과 가족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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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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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부산. 시인 구상은 4년 전 세상을 떠난 친구 이중섭의 유작전을 준비한다. 흩어진 그림을 모으기도 벅찬데 주변에서는 만류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중섭의 환영이 나타난다. 자신의 삶도 그림도 모두 가짜였다며 유작전 준비를 그만두라고 한다. 구상은 친구에게 말한다. “중섭, 너의 찬란한 순간들을 나는 똑똑히 보았다.”

 

‘국민화가’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한 남자의 사랑과 우정을 들여다보는 창작뮤지컬 ‘중섭’이 다음 달 20일 서울 성수아트홀에서 리딩 쇼케이스로 첫선을 보인다. 정식 공연에 앞서 주요 장면과 노래를 85분 분량으로 선보이는 자리다.

이중섭(1916∼1956)은 힘찬 선으로 그린 소와 천진한 아이들로 한국인에게 친숙한 화가다. 전쟁과 가난 속에서도 가족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화폭에 담았다. 그림 재료를 구하기 어려울 때는 담뱃갑 속 은박지에 선을 새겨 은지화를 남겼다. 생전에는 가난과 가족과의 이별을 견뎌야 했지만 사후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로 자리매김했다.

 

신작은 구상이 친구 유작전을 준비하는 과정을 따라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이중섭의 삶을 되짚는다. 이야기는 1938년 일본 도쿄 문화학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섭은 후배 야마모토 마사코와 사랑에 빠지고 마사코는 결혼 후 ‘남덕’이라는 한국 이름을 얻는다. 그러나 한국전쟁으로 피란길에 오른 가족에게 가난이 닥친다. 결국 남덕과 아이들은 일본으로 떠나고 중섭은 홀로 남아 그림을 그린다.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깊어질수록 은지화도 쌓여간다. 가족과 다시 함께할 날을 꿈꿨던 남편이자 아버지와 그 시간을 그림으로 견딘 예술가가 겹쳐지는 이야기다.

 

‘중섭’은 뮤지컬 ‘영웅’과 ‘명성황후’ 등의 프로듀서로 활동한 황보성이 “사람들이 국민화가로 추앙하는 이중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6년 전 개발에 착수한 작품이다. 초기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대극장 창작뮤지컬로 기획했다. 올해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대형뮤지컬 낭독공연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음악은 영국 작곡가 대런 클라크가 맡았다. 뮤지컬 ‘벤자민 버튼의 기묘한 이야기’로 2025년 올리비에상 음악상을 받은 작곡가다. 한국 뮤지컬 제작진과는 이번에 처음 호흡을 맞춘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와 ‘일라이’의 김수아 작가가 황보성과 함께 극작에 참여했고 ‘물랑루즈!’와 ‘알타보이즈’의 조지선이 연출을 맡았다.

 

이중섭은 ‘엘리자벳’과 ‘물랑루즈!’ 등에 출연한 박민성이 연기한다. 친구의 흔적을 좇는 구상 역에는 ‘헤이그’와 ‘빨래’의 조상웅이 나선다. 이남덕 역은 뮤지컬 ‘아가사’와 연극 ‘오이디푸스’ 등에 출연한 임강희가 맡는다. 배우 11명과 6인조 연주진이 무대에 오른다.

 

제작사 타임주식회사는 이번 쇼케이스를 거쳐 국내 본공연을 준비하고 2027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도 쇼케이스와 공연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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