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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엔 왜 국수를 먹었을까?… 잔치국수에 담긴 축복의 의미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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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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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귀하던 시절 잔칫날 먹던 음식
일상 음식 됐지만…장수와 백년해로 바라는 의미는 남아

결혼을 앞둔 선남선녀에게 으레 건네는 말이 있다. “국수 언제 먹여줄 거니?”. 결혼식장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음식도 잔치국수다. 오늘날 식당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메뉴지만, 과거에는 잔칫날에 먹던 귀한 음식이었다. 어떤 의미가 담긴 음식이길래 좋은 날이면 늘 국수를 찾았을까.

잔치국수.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잔치국수.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밀가루 귀한 시절…잔칫날 맛볼 수 있던 음식

 

국수의 역사는 오래됐다. 1123년 고려를 방문한 북송 사신 서긍이 쓴 ‘고려도경’에는 고려에서 국수를 귀한 음식으로 여겼다는 기록이 나온다. 고려에 밀이 부족해 중국에서 수입했으며, 밀가루 가격이 비싸 잔치 때가 아니면 먹기 어려웠다는 내용도 담겼다.

 

우리나라 기후와 풍토는 밀농사에 맞지 않아 밀가루는 예로부터 ‘진가루’로 불릴 만큼 흔치 않았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양반가에서 즐기는 음식이었고, 일반 가정에서는 잔치·제사 또는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마련하는 음식에 가까웠다.

 

경북 안동에서는 양반가 제사에 올리던 건진국시를 얻어먹는 것이 자랑거리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만드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밀은 질긴 껍질을 벗기고 빻아 가루를 내는 데 상당한 기술과 노동력이 필요하다. 국수 뽑는 사람은 앞니가 성치 않다는 말이 나올 만큼 국수 만들기는 힘든 일이었다. 

 

◆ 혼분식 장려운동 거치며 일상 음식으로

 

잔치국수가 오늘날처럼 흔해진 것은 근현대에 들어서다. 일제강점기 국수 제조 시설이 늘어난 데 이어, 광복 이후 미국의 밀가루 원조와 공급 확대가 국수의 대중화에 영향을 미쳤다.

 

국가기록원 ‘금기와 자율’ 홈페이지에는 정부가 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60년대부터 혼분식 장려운동을 추진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혼식은 쌀에 보리 등 잡곡을 섞어 먹는 것이고, 분식은 밀가루 음식을 먹는 것을 뜻한다.

 

1964년에는 음식점에서 보리와 면류를 일정 비율 이상 섞어 판매하도록 했으며, 1969년에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을 ‘분식의 날’로 지정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음식점에서 쌀로 만든 음식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도 시행됐다.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이후 밀가루 공급 확대에 힘입어 밀가루 음식 소비는 크게 늘었다.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1965년 13.8㎏에서 1969년 28.7㎏으로 증가했다. 특별한 날에나 맛보던 국수가 점차 일상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 긴 면발에 담은 장수와 백년해로의 바람

 

잔치국수에는 면발의 길이와 관련된 상징도 있다. 길게 이어지는 국수 가락처럼 오래 건강하게 살고, 부부의 인연도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혼례 때 국수장국을 내는 풍습에는 부부의 인연이 오래 이어지기를 바라는 뜻이 담겼다. 회갑잔치에서는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국수를 대접했다.

 

‘국수 언제 먹여줄 거냐’는 말이 결혼 시기를 묻는 표현으로 쓰이는 것도 국수와 혼례의 오랜 연관성을 보여준다. 국수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경사를 함께 나누고 앞날을 축복하는 음식이었던 셈이다.

 

◆ 멸치 육수부터 김치 고명까지…재료 따라 맛도 제각각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잔치국수는 육수와 고명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집에서도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끓인 육수에 소면을 말아내면 간단한 한 끼가 완성된다. 

 

먼저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우려낸 뒤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소면은 끓는 물에 삶아 찬물에 헹군 뒤 물기를 빼 그릇에 담는다. 여기에 따뜻한 육수를 붓고 애호박과 당근, 달걀지단, 김가루 등을 고명으로 올리면 기본 잔치국수가 완성된다. 양념장을 따로 곁들이면 취향에 따라 간을 조절할 수 있다.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색다른 맛을 원할 땐 김치를 넣으면 된다. 잘 익은 김치를 잘게 썰어 고명으로 올리면 새콤한 맛과 아삭한 식감을 더할 수 있다. 김치를 볶아 얹거나 김칫국물을 육수에 조금 넣으면 칼칼한 맛을 낼 수 있다. 다만 김치와 양념장에는 나트륨이 많이 들어 있어 육수 간을 약하게 맞추는 것이 좋다.

 

잔치국수는 깍두기와도 잘 어울린다. 삶은 달걀이나 두부를 추가하면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어 한 끼 식사를 더욱 균형 있게 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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