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 시절인 2004년 한 해 동안 헌법재판소는 두 건의 아주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기각이 첫번째요,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주도로 제정된 ‘신행정수도건설법’ 위헌이 두 번째다. 한 번은 헌재가 노 대통령을 살리고, 다른 한 번은 정부·여당을 곤란하게 만든 셈이다. 이 가운데 신행정수도건설법 위헌 결정의 근거가 된 이른바 ‘관습헌법’은 엄청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본인이 판사 출신 법률가인 노 대통령이 “처음 들어보는 이론”이란 반응을 보인 사실이 전해지자 그 지지자들은 헌재를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헌법제작(製作)소”라고 부르며 맹비난했다.
당시 재판관 9명 중 7명이 “한국의 수도가 서울이란 것은 관습헌법”이라며 신행정수도 건설에 위헌 판정을 내렸다. 재판관 1명(김영일)은 “국민 투표 없는 수도 이전은 대통령의 재량권을 넘어서 위헌”이라고 했다. 관습헌법론에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나머지 재판관 1명(전효숙)은 ‘서울이 한국 수도’라는 관습헌법의 존재를 부정하며 “설령 그렇더라도 관습헌법 변경이 성문헌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홀로 소수의견을 냈다. 국회가 만든 신행정수도건설법은 그것이 관습헌법의 변경이든 아니든 합헌이란 뜻이다.
이듬해인 2005년 노무현정부는 헌재 결정을 받아들여 ‘행정도시특별법’을 추진했다. 민감한 ‘수도’ 대신 ‘행정도시’라는 표현을 썼다. 또 서울이 수도 기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청와대, 국회의사당 그리고 외교부·국방부 등 중앙 정부의 핵심 부처들을 뺀 기관들만 세종시로 이전하도록 했다. 2012년 정부세종청사가 완공되면서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서울과 경기 과천에 있던 관공서들이 줄줄이 이삿짐을 싸 세종으로 옮겼다.
이재명정부 들어 세종에 새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분원을 건립하고 외교부, 국방부 청사 등도 세종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반대하는 진영에선 2004년 헌재 판례를 근거로 “한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성문헌법을 고쳐 위헌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미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개헌부터 하라”는 입장이 확고하다. 이에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2004년 위헌 결정 당시 전효숙 재판관의 소수의견을 들어 “관습헌법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법률 개정만으로 수도 이전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편다. 이 사안이 헌재로 가면 2004∼2005년 이후 20여년 만에 관습헌법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이 재점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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