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전작권 전환 시기 이견 여전
한·미 국방장관, 필리핀 회담 불구
견해 좁히려 시간 둔 것 해석 나와
고위급 협상 통한 해결 시도해도
군사적 협의 조정 없으면 되풀이
쿠팡·대북 정보공유 제한도 문제
한·미 동맹 관계에 ‘이상 기류’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이 미국 방문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고,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 동맹 현안을 다루는 연례 국방장관급 협의체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개최 시기는 내년 초로 연기됐다. SCM이 당해 연도에 열리지 못한 것은 1968년 첫 SCM 이후 세 번째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미국의 대북 정보공유 제한 등이 더해지면서 전작권 전환 등의 주요 현안에서 한·미 간 이견이 더욱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올해 SCM에서 전작권 전환 후 한국군 지휘 능력 등을 확인하는 3단계 검증 가운데 2단계인 미래연합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완료하고, 전작권 전환 목표 연도를 결정해 양국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것을 목표로 해 왔다. 정부는 FOC 완료 후 다음 단계이자 마지막 과정인 미래연합사령부의 완전임무수행능력(FMC) 평가 및 검증에는 1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이 같은 시나리오대로라면 2028년쯤을 목표 연도로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SCM 개최 시기가 12월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고, 결과적으로 내년 초로 연기되면서 정부가 목표하는 전작권 조기 전환은 이전보다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측은 양국 지도부의 일정 충돌을 이유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에는 미국 중간선거와 이란 전쟁, 11월과 12월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이 있다. 하지만 한·미는 28일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ADMM plus)를 계기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과의 양자 회담에서 12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열고 내년 초에 SCM을 열기로 합의했다. SCM 연기가 단순한 일정 문제가 아닌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고자 시간적 여유를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현재 한·미 군 당국은 올해 예정된 공동평가를 마치고도 FOC 검증 완료를 위한 조건 충족 여부에 대해 이견이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전작권 전환 시기에 대해 ‘합의된 조건들이 충족될 때’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을 판단하는 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냈다.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하는 현 정부 기조와는 차이가 있다.
국방부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두 장관은 전작권 전환이 적기에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가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한·미가 전작권 전환을 둘러싸고 기존 입장에서 변화하지 않는다면 향후 협의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양국 국방 수장이 나서는 12월 회담에서 전작권 전환에 대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은 갈등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고위급 협상을 통한 해결 시도가 전작권 조기 전환에 필요한 정치적 동력을 제공할 수는 있으나, 고위급 협상을 진행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군사적 차원에서의 협의와 조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전작권 전환에 대한 이견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한·미 간에는 쿠팡 문제와 더불어 대북 정보공유 제한과 대미 투자, 진성준·정청래 의원에 대한 미국 입국 비자 거부 등의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고위급 담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한·미 간 다양한 단계에서 신뢰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청구서’를 갑자기 떠안게 될 우려도 있다. 군 소식통은 “SCM 개최 전까지 양국 간 이견이 무엇인지, 주한미군과 미 국방부의 인식이 어떤지를 면밀히 살피면서 동맹 현안들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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