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한·미 통상마찰 등 부담으로 작용
2023년 법 위반 판단 후 미뤄져
EU 등 세계 각국 규제 강화 흐름
게임업계 “잘못된 시장 바로잡아야”
구글·애플 “한국 법률 근거해 대응”
구글과 애플이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에 특정 결제방식을 사실상 강제한 행위로 6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23년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위법행위를 판단하고 과징금 부과를 예고한 지 3년 만이다. 구글과 애플은 과징금 처분에 유감을 표하고 대응 방안 모색에 나섰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구글과 애플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행위에 대해 총 637억10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과징금은 구글 429억원, 애플 208억1000만원이다. 한국이 2021년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도입한 뒤 이뤄진 첫 제재다.
방미통위에 따르면 인앱결제는 스마트폰 앱에서 게임 아이템이나 웹툰, 구독 서비스 등을 구매할 때 구글·애플의 결제시스템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두 회사는 각각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를 운영하면서 앱 개발사에 자체 결제시스템 이용을 요구하고 결제액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챙겼다. 개발사가 다른 결제수단을 이용하거나 이용자를 외부 결제 페이지로 안내하는 것도 제한했다. 이에 앱 유통과 결제방식까지 통제하면서 과도한 ‘통행세’를 거둔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한국은 앱마켓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거나 부당하게 앱 심사를 지연·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을 2021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의 결제 독점 관행을 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양사가 제3자 결제방식을 도입하고 매긴 수수료율이 인앱결제 수수료율(30%)보다 고작 4%포인트 낮은 26%에 달했기 때문이다. 개발사가 별도 결제업체에 지급하는 비용을 고려하면 인앱결제와 큰 차이가 없다.
두 회사는 결제방식을 선택할 때도 불리한 조건을 적용했다. 구글은 결제수단별 가격 표시를 제한했고, 애플은 제3자 결제를 이용하려는 개발사에 별도의 앱 제출을 요구했다. 방미통위는 이런 조건이 개발사들이 자사 결제시스템을 선택하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판단했다. 애플은 국내 개발사에만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금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해 해외 개발사보다 불리하게 대우한 사실도 확인됐다.
방미통위는 구글과 애플이 앱에서 외부 링크를 통한 결제를 허용하고 제3자 결제 수수료 정책을 개선하도록 명령했다. 앱 심사 절차 개선과 국내외 개발사에 대한 수수료 차별 재발 방지 등도 요구했다.
제재가 확정되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정부는 2023년 법 위반행위를 판단하고도 제재를 하지 못했다. 위원장 탄핵소추와 위원 공석 등 위원회 파행뿐 아니라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 이후 미국 기업을 제재하는 것과 관련한 통상 마찰 우려도 부담이었다. 방미통위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미국 정부가 한국의 빅테크 규제를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사이 해외에서는 앱마켓 결제 관행을 겨냥한 규제가 확대됐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에서 외부의 저렴한 결제수단을 안내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에 18억유로가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해에는 애플에 5억유로, 올해 7월에는 구글에 4억3000만유로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앱 개발사가 이용자를 외부 결제로 유도하는 행위를 제한한 것이 핵심 제재 사유다. 미국에서도 앱마켓 운영 관행을 둘러싼 소송이 이어졌다.
이번 과징금 부과는 세계 각국의 빅테크 규제 강화 흐름과 맞물려 있는 셈이다. 국내 게임업계와 시민단체들은 과징금 부과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수수료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용기 게임산업정상화캠페인위원회 위원장은 “잘못된 시장 구조를 바로잡고 개발사와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돌려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회사는 시정명령을 받은 날부터 한 달 안에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3개월 안에 개선을 마쳐야 한다. 처분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과징금 납부 여부와 규모 등을 놓고 다툼이 이어질 전망이다. 양사가 당장 불만을 표출하면서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구글은 “최근 정책 업데이트를 통해 개발자들을 위한 결제 유연성 확대와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발표한 바 있다”며 “한국 개발자들의 혁신과 글로벌 성장을 지원해 온 기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애플도 “(방송미디어통신위)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한국 법률에 근거해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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