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기기 변경까지 조회 ‘치졸’
국조 강행 시 역풍 감당할 수 있겠나
더불어민주당이 그제 의원총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국회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다음달 5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여당 단독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비위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국조가 여야 합의로 이뤄진 적이 있다. 그렇더라도 ‘사건’이나 ‘사고’가 아닌 특정 ‘개인’을 표적 삼은 국조는 매우 이례적이다. 더욱이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수장을 상대로 한 국조는 헌정사 초유의 일이다. 입법부·사법부 간 정면충돌은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선 딱하고 볼썽사나울 따름이다.
민주당은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조 대법원장과 청와대의 갈등에서 비롯한 대법관 공백 장기화를 국조 사유로 내세웠다. 청와대와의 협의를 매끄럽게 진행하지 못한 조 대법원장의 정치적 미숙함은 질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헌법과 법률에 없는 대법관 재제청을 요구한 이재명 대통령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사안은 국회 국조 같은 정치적 절차 말고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잘잘못을 가려야 할 문제다. 굳이 그럴 것 없이 지금이라도 조 대법원장과 이 대통령이 직접 만나 협의하면 될 텐데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당일 조 대법원장의 행적 또한 파헤칠 태세다. 조 대법원장이 계엄에 동조했다는 의혹은 앞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과 권창영 2차 종합 특검팀이 차례로 수사한 뒤 무혐의 종결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이동통신 3사에 요청해 조 대법원장의 휴대전화 기기 변경 내역 자료까지 들여다봤다고 한다. 도를 넘은 망신 주기를 넘어 치졸한 행태다. 논란이 커지자 황 의원은 “휴대전화를 먼저 갈아치운 건 내란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조 대법원장에게 ‘계엄 가담 증거를 지우려 했다’는 누명을 씌우려 했음을 자인한 셈 아닌가.
여권의 이 같은 무리수는 최근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의 동반 하락으로 정국 반전의 계기가 절실해지자 조 대법원장을 ‘희생양’ 삼은 정황이 짙다. 다만 여당 내 강경파가 요구하는 조 대법원장 탄핵은 헌재의 인용 가능성이 희박하니 일종의 ‘플랜B’로 국조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여권이 조 대법원장에게 대체 왜 그러는지 다 안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이 대선 후보 신분인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기어이 국조를 강행한다면 국민은 이를 ‘정치 보복’으로 받아들일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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