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 등·초본에 ‘계부’, ‘계모’, ‘배우자의 자녀’ 등 상세한 가족관계를 표시하지 않고 ‘세대원’으로 기재하는 방식이 29일 도입된다. 재혼가정의 사생활 노출 우려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가족관계가 필요하면 ‘상세’로 발급 받으면 된다.
앞선 2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 주민등록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29일부터 시행한다.
◆ ‘일반’으로 떼면 가족은 모두 ‘세대원’
개정안에 따라 주민등록 등·초본을 ‘일반’으로 발급받으면 세대주 본인과 배우자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은 ‘세대원’, 그 외에는 ‘동거인’으로 표시된다. ‘동거인’은 민법 제779조가 정한 가족 범위에 들지 않는 사람이다.
적히는 순서도 바뀐다. 지금까지 세대별 주민등록표는 세대주, 배우자, 세대주의 직계존비속 순으로 적어 재혼한 배우자의 자녀는 세대주의 자녀보다 나이가 많아도 뒤에 올랐다.
개정 시행령은 세대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을 세대주의 직계존비속과 같은 순위에 뒀다.
행안부가 든 예시에서 기존 등본은 세대주의 자녀(10세)를 셋째 줄에, 배우자의 자녀(12세)를 세대주의 삼촌보다도 뒤인 다섯째 줄에 적었다.
바뀐 등본에서는 배우자의 자녀와 세대주의 자녀가 차례로 셋째·넷째 줄에 ‘세대원’으로 오르고, 삼촌은 맨 끝에 ‘동거인’으로 적힌다.
◆ 가족관계 증명이 필요하면 ‘상세’
기존처럼 상세한 가족관계가 표시된 서류가 필요한 경우에는 ‘상세’를 선택해 발급 받을 수 있다. 행안부는 제출기관의 특정한 요구가 없다면 ‘일반’으로 발급 받도록 안내할 방침이다.
행안부 안내 카드뉴스를 보면 ‘상세’를 고르면 부·모·자녀 등 기존 표기가 그대로 나오고, 이때는 ‘용도 및 목적’을 반드시 적어야 한다. 발급 전에는 제출기관에 어떤 서식으로 내야 하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일반 등본에는 세대원끼리 어떤 관계인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부양가족 확인처럼 가족관계 자체를 따지는 곳에 낼 서류라면 상세 등본이나 가족관계증명서를 따로 요구받을 수 있다.
◆ ‘동거인’에서 ‘배우자의 자녀’, 다시 ‘세대원’으로
한편 재혼가정 자녀의 표기가 바뀌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재혼한 배우자의 자녀는 2016년 7월까지 ‘동거인’으로 적혔다. 가족이 아니라는 오해를 부른다는 지적이 나오자 당시 행정자치부는 그해 8월부터 민법과 가족관계등록법에 맞춰 ‘배우자의 자녀’로 바꿨다.
하지만 ‘배우자의 자녀’와 ‘계부’·‘계모’ 표기는 등·초본만 봐도 재혼 여부를 알 수 있게 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이어졌다.
행안부는 2018년 계부·계모 표기를 없애겠다는 방침을 내놨고, 2021년에는 재혼 당사자 쌍방이 동의하면 ‘계부’를 ‘부’로, ‘배우자의 자녀’를 ‘자녀’로 바꿔 적을 수 있게 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이번 개정은 당사자 동의 절차 없이 ‘일반’ 발급에서 모두 ‘세대원’으로 적는 방식이다.
행안부는 지난해 11월 입법예고 때 이혼 뒤 자녀를 데리고 재혼한 부모의 사례를 들었다. 이사하면서 아이 학교에 등본을 내야 했는데 아이가 ‘배우자의 자녀’로 적혀 있어, 재혼 사실이 알려지면 아이가 위축되거나 편견 어린 시선을 받을까 걱정했다는 것이다.
재혼은 지금도 한 해 수만 건씩 이뤄진다. 국가데이터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혼인 24만326건 가운데 남녀 모두 재혼인 경우는 2만1733건이었다.
행안부는 지난 4월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공포된 이후 6개월간 주민등록시스템을 개선하고 제도를 홍보해 왔다.
지난달 9일에는 성평등가족부, 한국건강가정진흥원과 협력·홍보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고, 홍보 포스터를 만들어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카드뉴스를 올렸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이번 주민등록법 시행령 시행으로 재혼가정의 사생활을 더 세심하게 보호하고 외국인의 행정 불편을 해소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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