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의 취약계층을 도우며 살아온 미국인 자선사업가가 한국에서 딸의 간 일부를 이식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서울아산병원은 간경화를 앓던 페루 출신 미국인 마르코 안토니오 키로스(69)씨에게 딸 킴벌리 루시아 키로스(30)씨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간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28일 밝혔다. 부녀는 순조롭게 회복해 퇴원했으며, 29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마르코씨는 미국과 페루를 오가며 부동산 건설 사업으로 얻은 수익으로 노인과 저소득층 가정, 투병 중인 어린이 등을 지원해왔다. 2008년 지방간 소견을 들었지만 당시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는 설명에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았다. 지난해 복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고, 올해 2월에는 간경화가 진행돼 간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 측에 따르면 마르코씨는 페루에서는 연령 제한으로 이식 대상에서 제외됐고, 미국에서는 뇌사자 간이식을 장기간 기다려야 했다. 직접 생체간이식 정보를 찾아보던 그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받기로 결정하고 지난 5월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검사 결과 딸의 건강 상태와 간 크기 등이 기증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월 14일 간이식·간담도외과 송기원 교수가 딸의 간 우엽을 절제했고, 이승규 석좌교수와 문덕복 교수가 아버지의 간이식을 집도했다.
수술은 쉽지 않았다. 딱딱하게 굳어진 간이 하대정맥을 감싸고 있어 분리 과정에서 혈관 손상과 대량 출혈 위험이 컸다. 의료진은 혈액이 안전하게 흐를 수 있도록 우회로를 먼저 확보한 뒤 간을 제거하고 딸의 간을 이식했다. 수술은 17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킴벌리씨는 수술 후 8일째, 마르코씨는 3주 차에 퇴원했다.
이 석좌교수는 “서울아산병원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체절명의 말기간부전 및 간암 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안고 찾는 병원이 되었다는 데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문맥-대정맥 우회로를 미리 만들어 두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한 덕분에 어려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르코씨는 “조국 페루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고 아직 내가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며 “한국에서 얻은 새 생명으로 조국의 어려운 사람들을 더 힘껏 도우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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