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17일, 출근하려 집 현관문을 나서던 이경숙씨의 사촌동생은 그 자리에서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했다.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그날 이후 이씨의 삶도 달라졌다. 동생이 남긴 증거를 모으고 재판에 참석했다. 다른 관계성 범죄 피해자의 사연을 접한 뒤 피해자들과 연대하기 시작했다. 피해자 보호제도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국회나 관련 기관을 찾아다녔다. 기존 근무시간을 유지하기 어려워 결국 직업까지 바꿨다.
2023년 인천 스토킹 살인사건 유족이자 범죄피해자연대 활동가인 이씨는 27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사건 이후 그 문제를 알리고 변화를 요구하는 일까지 가족의 몫이 됐다”고 말했다.
3년이 흘렀지만 이씨는 피해자가 스스로 위험을 알아채고 신고해야 하는 보호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이 스토킹 피해자에게 주기적으로 전화해 가해자의 접근이나 연락 여부를 묻지만, 피해자가 연락을 차단했거나 가해자가 몰래 접근했다면 위험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동생 사건에서도 가해자는 법원의 접근금지 조치를 어기고 범행 전 닷새 동안 피해자의 집을 찾아갔다. 피해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이씨는 “피해자가 모든 위험을 미리 알아챌 수는 없다”며 “스마트워치는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수단이지 가해자의 접근 자체를 막는 장치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피해자의 어머니도 딸의 비명을 듣고 가해자를 막으려다 흉기에 크게 다쳤다. 1심 재판부는 모친이 부상 후유증과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피해자의 어린 딸도 어머니를 잃은 충격과 고통을 감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가족에 대한 위험평가와 보호조치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안전조치는 가족도 보호 대상으로 삼을 수 있지만, 실제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보호조치를 실행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씨는 “가족이 직접 위험을 호소하고 보호를 요청해야만 움직이는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최초 신고 단계부터 피해자뿐 아니라 가족의 위험도 경찰이 먼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에도, 지난달에도, 이번 달에도 비슷한 범죄가 반복될 때마다 동생을 지키지 못했던 순간을 떠올린다고 했다. 접근금지 조치까지 받았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던 동생의 비극이 다른 피해자에게 되풀이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했다.
이씨는 “피해자가 위험을 증명하고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더 이상 피해자가 죽은 뒤에야 제도의 빈틈을 확인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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