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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도 통상도… 길 잃은 국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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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이도형 기자, 세종=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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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충돌에 핵심과제 잇단 제동

가상자산 과세·CPTPP 등 표류
靑 최종 결정단계서 재검토·유보
국정 컨트롤타워 조정 시험대
“날 따르라식 접근 안돼” 지적

이재명정부가 임기 2년 차를 맞아 정책 실행과 성과 창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을 내세웠지만, 주무 부처가 추진해 온 주요 정책들이 이해관계 충돌로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원칙을 유지해 온 가상자산 과세는 청와대가 추가 유예를 검토하고 있고, 산업통상부가 추진해 온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은 대통령 지시로 연내 가입 신청이 보류됐다. 주요 정책이 최종 결정 단계에서 재검토되거나 유보되면서 국정 컨트롤타워의 정책 조정 기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상자산 과세다. 재경부는 내년 1월부터 과세한다는 원칙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 청와대가 네 번째 유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존 방침이 흔들리고 있다. 과세 시행까지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정부의 최종 입장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청와대가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준비 미비와 청년층 여론을 고려해 또 한차례 유예하기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시행하기로 했다가 세 차례 유예됐다. 사진은 26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표시된 비트코인 가격. 뉴스1
청와대가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준비 미비와 청년층 여론을 고려해 또 한차례 유예하기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시행하기로 했다가 세 차례 유예됐다. 사진은 26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표시된 비트코인 가격. 뉴스1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된 뒤 이미 세 차례 유예됐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인사청문회에서 예정대로 과세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달 22일 국정감사에서는 “업계와 국회 의견을 모아 최대한 숙고해 판단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과세 인프라 미비와 국내외 거래소 간 형평성 문제가 다시 불거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28일 당정협의를 열고 추가 유예 여부를 논의키로 했다.

 

CPTPP 가입도 비슷한 상황이다. 산업부는 수출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가입을 검토해 왔다. 이달 2일 제조업계, 8일 서비스업계 간담회를 열며 준비를 이어갔지만, 농어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연내 가입 신청을 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농어민과의 대화'에서 윤일권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의 발언에 대해 답변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농어민과의 대화'에서 윤일권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의 발언에 대해 답변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통령은 26일 농어민과의 대화에서도 “전체를 위해서는 안 할 수는 없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보완조치를 할 것이냐에 집중해야 한다”며 가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제 임기 안에 최종 타결이 안 될 가능성이 훨씬 많다”고 밝혔다. 농어업 피해 보전 방안으로 수출 부담금 도입까지 거론했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두 사안 모두 정책 추진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제도적 준비 문제로 시행 일정이 불투명해진 경우다.

 

주무 부처와 청와대 간 정책 조율이 뒤늦게 이뤄지면서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면서 모범답안을 정해놓고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접근한 것이 문제”라며 “부동산과 가상자산, 농업 등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의 현실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채 추진했는데, 정책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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