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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절 계약’ 창작자 발목… 흥행해도 추가 보상 없어” [심층기획-넷플릭스 상륙 10년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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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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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협회 저작권위원장 박해영 작가

저작권 플랫폼에 일괄이전 방식 지적
“글로벌 OTT·개인 대등한 계약 불가능해
특약으론 한계…EU처럼 법으로 풀어야”
저작권법 개정안에 ‘정당보상청구권’ 담겨
“돈 대는 OTT가 국내 방송 전체 편성국…
창작자 권리 보장하고 자생력 키워야”

1980년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 ‘전원일기’가 케이블 채널에서 재방송되면 작가와 배우 등 권리자에게 보상이 돌아간다. 작품이 유통될 때마다 대가를 받는 구조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에는 이러한 구조가 무너졌다. OTT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와 실연자가 저작권을 플랫폼에 일괄로 넘기는 매절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작품이 크게 흥행해도 창작자는 추가 보상을 기대할 수 없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 ‘나의 해방일지’(2022),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2026) 등을 쓴 박해영 작가(한국방송작가협회 저작권위원장·사진)는 개별 창작자와 플랫폼 간 계약만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본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작가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정부는 ‘계약 당사자 간 특약을 맺으면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글로벌 OTT 사업자와 개인 간 대등한 계약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해영 작가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한국 창작자들이 글로벌 OTT의 하청으로 전락했다”며 “정당보상청구권을 법에 명시해야 저작권을 놓고 플랫폼과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상수 기자
박해영 작가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한국 창작자들이 글로벌 OTT의 하청으로 전락했다”며 “정당보상청구권을 법에 명시해야 저작권을 놓고 플랫폼과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상수 기자

개별 창작자가 글로벌 OTT를 상대로 권리를 지키기 어려운 만큼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창작자가 저작권을 양도한 뒤에도 작품의 흥행 성과에 따라 추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정당보상청구권’을 담았다. 방송작가조합과 영화감독조합·방송실연자조합 등 6개 단체가 창작자 연대를 꾸려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박 작가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돼야 창작자들이 글로벌 OTT와 저작권을 놓고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고 했다. 유사한 장치는 유럽에서 이미 마련됐다. 박 작가는 “유럽의회는 2019년 관련 지침을 제정해 창작자에 대한 비례적인 보상의 원칙을 명시했고, EU(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이 지침에 따른 법과 규정을 만들었다”며 “해외에서는 이미 제도화된 보상이 우리나라에선 보장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글로벌 OTT가 계약 단계에서 높은 제작비와 계약금을 지급하는 만큼 추가 보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박 작가는 그 혜택이 업계 전반에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플랫폼이 높은 계약금을 주는 건 그들이 꼭 잡아야 하는 극소수 작가, 감독, 배우에 한정된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높은 계약금이 집중되는 구조가 “국내 시장을 망가뜨렸다”고도 말했다.

 

글로벌 OTT의 투자는 제작비 상승과 플랫폼 의존도 심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제작비가 치솟으며 국내 제작사는 자체 자금으로 드라마를 만들기 어려워졌고, 방송사조차 넷플릭스 동시 방영을 전제로 투자금을 확보하는 상황이다. 박 작가는 “돈을 대는 그들(글로벌 OTT)이 국내 방송 전체의 편성국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이 확보하려는 작품의 장르와 출연진까지 좌우하게 됐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돈과 콘텐츠 모두 종속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OTT의 선호가 제작의 기준이 되면서 창작자가 시도할 수 있는 이야기의 폭도 좁아지고 있다. 박 작가는 “어떤 드라마가 ‘터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인데, 플랫폼의 입맛에 맞추다 보니 다양성이 사라지고 규격화된다”며 “창작자가 자기 아이템을 자유롭게 들고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당보상청구권’이 제도화하면 초기 계약금에 의존하는 현행 구조가 바뀌고,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제작비도 정상화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시장이 안정되고 자생력을 갖추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개정안이 창작자의 지속적인 활동을 뒷받침하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작가가 드라마 한 편을 쓰는 데 5년이 걸릴지, 6년이 걸릴지 누구도 모릅니다. 저작권료가 있어야 그 시간을 견디며 써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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